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례 생활의 방향 정립과 연관하여 주목할 부분이 있다. 미사 불참의 요소 속에서 공통으로 발견된 ‘성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이라는 문제다.
‘주일 미사 불참에 익숙해진다’는 것과 ‘미사 참여가 더 이상 신앙의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성사의 의미가 신자들의 삶 속에 중요한 의미로 다가가지 못하는 위기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다시 회복해야 할 신앙의 자리가 어딘지 찾기 위해 신앙인 삶의 시작과 연관된 ‘세례성사’의 측면과 우리 신앙인 삶의 원천이자 정점인 ‘성체성사’의 측면을 중심으로 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어떻게?’만을 고민하며 살아오던 우리에게 ‘왜?’라는 신앙의 근원적 질문을 던져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신앙의 목적과 방향성을 무엇보다 성사 안에서, 그중에서도 신앙생활의 시작인 세례성사와 신앙생활의 원천이자 정점인 성체성사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세례성사의 측면과 연관하여 하느님의 자녀이자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은총과 사명을 동시에 지닌 ‘신앙인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립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말씀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식별하고, 파스카 신비에 대한 이해와 체험 안에서 신앙과 일상생활을 연결하는 ‘하느님 말씀과 전례의 중심성을 회복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세례를 통해 시작된 신앙인의 삶이 점차 ‘말씀-전례-삶’이 조화된 모습을 이루어가면서 ‘성장을 넘어선 성숙한 신앙생활’로 참된 신앙을 증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성체성사의 측면과 연관하여 미사 참례와 영성체를 의무적인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진정으로 우리 구원을 위한 ‘은총을 얻는 기회’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체성사의 은총을 통해 이루어진 ‘그리스도와의 친교를 바탕으로 다른 이들과의 신앙적 친교’를 향해 나아가면서 신앙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의 모습을 통해 함께 구원의 여정을 걸어가는 것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면과 비대면 방식이 공존하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해 같은 공간 속에서의 하느님 현존 체험을 같은 시간 속에서의 하느님 현존 체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체성사에서 드러난 파스카 신비가 같은 공간을 넘어,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시간 속에 확장될 수 있도록 ‘전례의 공간적 차원과 시간적 차원의 조화’를 과정에 담아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코로나19가 우리 신앙을 언제 또 위협할지 모른다. 진정 ‘말씀-전례-삶’이 조화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이 ‘생활 신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그 시간을 또 다른 신앙 성숙의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