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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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박모란 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 차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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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주일학교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저를 부릅니다. 그리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냅니다.

“오늘 ‘바다의 별’ 축제에 신부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안 오셨어요. 제가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축제 미사 때 독서를 다 외워서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부님은 미사 집전도 해야 하고 바쁘시잖아. 그래서 베로니카 선생님이 가셨잖아.”

“알아요, 그래도 연락해 주시기로 하고 연락도 안 주셨어요.”

입을 쭉 내밀고 속상함을 토해내는 아이였습니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원합니다. 첫영성체 교육을 할 때도 한 명이 제 품에 안기면, 다른 한 명이 와서 안기고 또 다른 아이가 와서 안깁니다. 그러면서 서로 ‘저리 가! 우리 선생님이야!', ‘아냐! 우리 선생님이야!’라고 우깁니다.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난처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아이들과 이렇게 웃으며 교리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저는 두 팔 넓게 벌려 아이들을 모두 꼭 껴안아줍니다.

저는 27년 차 주일학교 교리교사입니다. 지금 교적을 둔 인천교구 박촌동본당에서는 2007년부터 첫영성체 교리교육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10년 전, ‘교사회를 해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중고등부 겨울캠프 때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교사회와 신부님이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신부님은 교사회를 해체하셨고 “남고 싶은 교사들은 남으라”고 말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비롯한 초등부 교사회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나는 이럴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하지?’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리가 무척 복잡해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나도 교리교사를 그만둘까? 아니면 남아서 지킬까?’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성당에 갔는데, 후배 초등부 교사 한 명이 제게 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울타리가 되어 주셔야지요.”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 교사의 눈빛에 방금까지 교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제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럼 내가 함께하면 같이 해볼 거야?”라고 물었더니 후배는 “네”라고 환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아, 내가 진정 할 일이 있구나, 주님께서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초등부 교사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중고등부 교리까지 맡으면서 주일학교를 키워왔습니다. 이후로도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저희는 마침내 다른 본당의 부러움을 살만큼 탄탄한 교사회로 재탄생했습니다.

그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박촌동본당 교사회는 좌절하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주임 신부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로 SNS를 활용한 가정교리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열렬한 호응은 저희 교리교사들을 춤추게 했습니다.

지금 박촌동성당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있습니다. 교리실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선생님!”하고 반기는 아이들은 대답하기가 무섭게 미주알고주알 끝없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수다쟁이 아이들! 수다의 끝은 어디일까요?

그래도 저는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미사 시간에도 자유롭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아이들이 미사 시간에 떠들면 ‘조용히 하라’며 뱁새눈을 하고 무섭게 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아이들이니까’라고 이해합니다. 이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50분을 조용히 앉아만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저도 이제 좀 ‘좋은 선생님’이 된 걸까요?



박모란(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차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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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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