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달리는 두 후보의 득표수가 우연히 똑같아서 ‘내’가 찍은 ‘한 표’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래서 전 국민이 나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면….
이 재밌는 가정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 있습니다. ‘늑대와 춤을’의 명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은 ‘스윙보트’(Swing Vote : 부동표)입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마을 텍시코에 사는 ‘버드’는 게으른 이혼남입니다. 똑똑한 딸 ‘몰리’ 덕분에 그나마 욕은 덜 먹고 지내죠.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지만, 버드는 투표에 냉소적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영화 같은 일’이 그에게 닥칩니다.
박빙의 선거에서 희한하게도 텍시코가 마지막 승부처로 떠오릅니다. 여기서도 득표는 동률. 때마침 투표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서 버드 한 사람만 열흘 후에 재투표를 하게 됩니다. 결국 버드가 누구에게 표를 주느냐에 따라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정해지는 것이지요. 전 세계의 눈길이 그에게 쏠립니다.
후보들은 정당의 기본정신까지 훼손해가며 버드의 표심을 잡으려고 안달합니다. 그의 말 몇 마디에 보수당이 진보의 깃발을 내걸고 진보당의 정책이 보수적이 돼버리는 코미디가 거푸 이어지지요. “이기는 선거만이 의미 있다”는 그들의 공공연한 주장을 듣노라면 마치 우리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열흘 동안 온갖 소동을 겪으며 버드는 ‘한 표’의 막중한 무게를 알아갑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전해온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의 질문을 후보들에게 던집니다.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나의 선택>’을 관객과 더불어 공감해가는 것이지요.
버드의 영민한 딸 몰리가 작문시간에 이런 글을 발표합니다. “풍요는 만족을 낳고 만족은 무관심을 낳고 무관심은 속박을 낳습니다. 이 굴레를 벗어나야 합니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민주주의는 하느님이 주신 지혜의 빛나는 산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하려면 ‘깨어있는 예언자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 안에 도사린 무관심이 우리의 ‘깨어있음’을 방해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