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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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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이 라마단 기간에 해질녘에 먹는 저녁 식사를 ‘이프타르’라 부른다. 낮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조차 마시지 않은 사람들이 저녁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프타르는 보통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서 하지만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 난민처럼 혼자인 경우가 많다. 올해는 이음새 회원들이 라마단 동안 무슬림 친구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식사 준비는 아들 셋과 사는 시리아 난민 어머니 한 분께 부탁했다. 토요일 저녁 전철 역 근처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이프타르에는 시리아, 수단, 모로코, 한국, 일본, 프랑스 국적의 17명이 모였다. 종교간 대화라기보다 이웃의 조금 다른 문화를 만나는 문화 교류에 방점을 둔 시간이었다. 비무슬림 참가자들에게도 가능하다면 한 끼를 금식하고 오도록 권했다. 나의 경우 점심을 먹지 않고 오후에는 물도 마시지 않았는데 갈증을 좀 느꼈지만 견딜만했다.

 

 

우리 대부분에게 라마단 식사는 처음이었다. 무슬림들과 한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이 처음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무슬림 친구들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우리는 한국어와 아랍어, 프랑스어, 일본어로 서로의 생각과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고 경청했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압둘와합과 12년 전 열아홉 살의 나이로 한국에 온 압둘라만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두 시리아 친구 덕분에 아직 한국말이 서툰 수단의 유시프는 아랍말로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유머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압둘라만의 어머니 루브나 바샤르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고 안전한 곳에서 함께 모여 식사하고 얘기 나누니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데 고향에서 지금도 고통받고 어렵게 지내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랍어와 영어, 코란과 이슬람 교육 선생님인 그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이틀 전부터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아 여럿이 싸서 나누었다.

 

 

신실한 무슬림 여성 루브나는 헤어지기 전에 그의 글이 실려 있는 책을 한 권 나에게 건네주었다. 제목은 「아랍 무슬림 여성들의 이주 여정에서 만난 오아시스」. 한국이주인권센터가 ‘와하 커뮤니티’의 협조로 펴낸 이 책은 한국에 사는 아랍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국적과 배경이 다른 열 명의 이야기를 단번에 읽으면서 나는 아랍 문화와 무슬림들의 신앙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올해 라마단이 끝날 무렵에 다시 한번 이프타르 모임을 갖기로 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루브나의 얘기를 더 들어볼 예정이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좌석을 늘였지만 공지하자마자 인원이 찼다. 이번에 무슬림들을 만나면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고 인사하리라.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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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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