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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서비스와 가톨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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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 때 주일미사는 늘 부담이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행지의 성당을 찾아 현지인들과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체험이 됐다. 현지 문화를 체험하면서도 여행 중 도난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심신의 피로, 긴장감을 내려놓고 평화와 위안을 받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난해 10월 도쿄로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성당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에 적응하지 못해 공항에서 호텔로 도착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많이 지쳐 있었다. 여행의 시작부터 너무 힘들어 성당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도쿄 세키구치 주교좌성당 12시 주일미사는 한인성당 미사로 거행되고 있었다. 주교좌성당 미사지만, 코로나19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신자가 많지 않았고 다들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미사 시작 전 간신히 도착한지라 거리두기의 원칙을 모르고 노인 여성 신자 옆에 앉았다. 내가 거리를 많이 두지 않아 그분을 불편하게 했던 것 같아 미안하다. 한편 장궤틀이 설치돼 있지만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가 너무 넓어, 어떻게 저기에 장궤를 하고 기도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봉헌할 때 신자들은 제대 앞에 나가지 않고 유럽 성당과 마찬가지로 긴 막대기에 들린 천 바구니에 헌금을 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신자들이 영성체 때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좌석과 뒷좌석이 넓은 이유는 사제가 성체를 분배하기 위해 신자들을 직접 찾아가기 때문이었다. 신자들은 제자리에서 서서 영성체를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생긴 방식인지 알 수 없으나 신선했다.

 

 

한국 성당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성당에서도 주로 신자들이 영성체를 하기 위해 움직인다. 신자들은 영성체를 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제대 앞으로 다가가며 하느님 앞에서 낮아지는 체험을 한다.

 

 

수도원 피정 미사나 소규모 미사에서 동그랗게 서서 영성체를 했던 기억은 있다. 그래도 작지 않은 성당에서 사제가 신자들 자리로 옮겨다니며 일일이 성체를 분배하는 방식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느끼고 겸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겸손은 현 세대의 미덕이 아니고, 플렉스와 자기과시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여유 없는 세상이 됐다. 이러한 세상에서 겸손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느끼던 차였다. 우리 사회에서 경쟁과 성취는 주요한 덕목이 됐고, 자신의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 자신감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고 긍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일본 성당에서의 체험은 내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교회의 ‘찾아가는 서비스’를 생각하게 했다. 가족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신자들이 바쳐주던 위령기도는 사별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진심 어린 위로가 됐다. 최근 지병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를 위해 봉성체를 신청했을 때, 신부님과 구역장님을 비롯한 신자들이 집을 방문해 주셨고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신부님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하셨다.

 

 

사제나 수도자들, 신자들에게 친절과 봉사를 요구한다면 이들은 판매직, 서비스직 종사자들처럼 감정노동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톨릭교회가 ‘찾아가는 서비스’ 정신으로 소외된 자들, 교회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함께 사는 공동체보다는 복지의 축소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노인, 장애인, 여성 등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가 좀 더 낮은 곳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고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들을 시정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적극적으로 탐색했으면 한다.

 

 

 

 

 

글 _ 이동옥 헬레나(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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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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