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이들의 고통까지 망각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통과 연민, 공감과 연대를 잊을 때 불합리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기억과 교훈이 힘을 잃을 때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 10·29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가 이어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은 수수방관을 넘어선 방해를 일삼았다. 많은 이들이 참사에 대한 피로감을 빌미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비난했다. 당사자의 고통,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파렴치한 이들의 행태로 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능했을 뿐만 아니라 거짓으로 일관했던 국가는 철저한 진상 규명보다는 억압과 모욕과 무시로 희생자들을 대함으로써 기억을 덮으려고만 했다. 세 차례의 공식 조사 기구 활동이 있었지만 여전히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참사를 기억하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은 온갖 어려움에도 계속됐다. 희생자들은 서로 위로하고 연대해 다시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 생명이 최고 가치임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다. 선의의 시민들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냄으로써 고통에 동참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기억은 힘이 세다. 우리가 고통을 기억하는 한 진실은 밝혀지고 잘못한 이들은 책임을 질 것이며,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의지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