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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픔 넘어 함께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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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광주에 제주 4·3 희생자를 기억하는 ‘4월걸상’이 놓였다. 제주 외 지역 최초의 4·3 조형물이며, 아픈 과거를 안은 두 지역의 연대를 드러낸 조형물로 의미가 깊다. 제막식에는 광주대교구와 제주교구장을 지낸 김희중 대주교와 강우일 주교가 참석해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는 걸상이 인간 존중과 평화의 연대를 강화하는 상징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4월과 5월은 우리에게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때다. 제주의 4·3, 광주의 5·18이 그렇고 가까이는 참사 10주기를 맞은 세월호의 슬픔이 고통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상징하는 총구 모양의 걸상을 일상 공간에 놓은 것은 여전히 고통 받는 피해자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하기 위함이다. 강우일 주교가 4월걸상 제막식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기억함으로써 내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 1.1m의 걸상은 두 사람이 몸을 부대껴야만 겨우 앉을 수 있다. 의자 받침은 거칠고 큰 바위가 바다에 이르기까지 구르고 굴러 둥글고 매끈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제주 몽돌의 형상이다.

 

 

역사 안에 깊숙이 자리한 아픔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 우리는 의자에 부대껴 앉아야 한다. 거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보다는 만남으로 부대끼고 폭력이 아닌 대화로 다가서야 한다. 그럼으로써 날 선 오해를 몽돌의 부드러움으로 바꿔가야 한다. 4월걸상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폭력의 반복을 끊고, 광주와 제주를 넘어 한민족이 하나로 마음을 모으는 연대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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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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