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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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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가장 슬프고 가장 아픈 주님 부활 대축일을 보냈다.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어떤 글도 쓰지 못한 보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뜰에 핀 금낭화가 눈에 들어왔다. 금낭화의 불어 이름은 ‘마리아의 심장’(Coeur de Marie)이다. 꽃 모양이 심장에서 피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아서 ‘피 흘리는 심장’(영어), ‘눈물 흘리는 심장’(독어)이라 명명했을 것이다. 아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는 모습을 본 어머니 마리아의 심장에서 어찌 피눈물이 흐르지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사람이 제 자식을 잃은 것처럼 함께 울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수많은 약속이 있었고,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한편에서는 유족들의 피맺힌 목소리에 귀를 닫고 노란 리본에조차 적대감을 표시한다.

 

 

불편한 기억들을 자꾸만 지우려는 사람들과 세력에 거슬러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저 피해자로 남아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재난을 사회화했다. 다수의 유가족이 국가의 보상금을 거부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벌여 국가의 책임을 인정받았다. 그 배상금을 출연해 재단을 세웠고 지난해 11월에는 다른 여러 재난 참사의 피해자들과 연결망을 만들었다.

 

 

녹슨 세월호는 진작 인양되었지만 새로운 ‘한국호’는 아직도 진수되지 않았다. 공동체는 점점 파편화되고 개인들은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지만, 우리 사회는 거기서도 배우지 못했다. 일상의 회복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극도의 경쟁과 효율 추구, 소비와 과시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누군가는 세월호의 기억을 지우려 했을 때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고 해병대 채상병의 죽음이 있었다. 기후 위기와 결합된 재난 참사도 계속된다. 그래도 높은 사람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가장 많이 환기된 말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이다.

 

 

그리스도인은 기억의 백성이다. 부활의 증인인 제자들은 스승 예수의 참혹한 죽음을 기억에서 지우지 않았다. 2000년 동안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을 함께 기억하고 경축한다.

 

 

성경에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등장은 십자가 아래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마지막이 아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 시작된 예루살렘의 교회, 그 새로운 공동체에 함께 계셨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깊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나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며 새로운 한국 공동체의 초석을 놓고 있다.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오열하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함께 울어야겠다. 금낭화의 서양말 이름처럼 눈물 흘리는 마리아의 마음으로.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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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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