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소장한 조선 후기 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가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보물’이 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12일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교구 총대리 겸 연구소 이사장 구요비 주교 등을 초청해 도서관에서 「여지도서」 보물 지정 기념행사를 열었다.
「여지도서」는 조선 영조 대(1759년, 영조 35년으로 추정)에 각 군현에서 작성한 자료를 각 도의 감영을 통해 모아 완성한 관찬 지리지다. 모두 55권으로, 군현별 산천과 성씨·풍속 등 38개 항목을 정리한 귀중한 사료다.
조한건 신부는 이날 “「여지도서」는 조선 후기 새로운 사회 변화 과정에서 효율적인 지방 통치를 위한 기본 자료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편찬된 지리지”라며 “이전과 달리 각 군현 읍지 앞에 314매 채색 필사본 지도를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도는 순교성지와 교우촌이 자리한 지역의 옛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어 교회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특히 충청도편인 8권에는 병인박해 때 수많은 교우가 체포돼 순교한 연풍 지역 지도가, 11권에는 무명 순교자 처형 터인 해미 지도가 삽입돼 있다”고 했다. 또 “경상도편인 48권 문경 지역 지도는 최양업 신부가 선종한 곳이라고 전하는 진안리성지와 마원성지가 자리한 신남방(身南坊) 부근 모습, 여우목성지가 위치한 높고 험준한 대미산(黛眉山) 옛 산세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여지도서」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3년 3월 22일 “서울대교구 삼각지성당 내 한국교회사연구소 서고에서 전질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다. 당시 최석우(1922~2009, 초대 한국교회사연구소장) 몬시뇰은 인터뷰에서 “100년 전부터 프랑스 신부들이 포교를 위해 국내 지리를 알고자 수집했던 것을 찾아내 1962년 정리, 보관해뒀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약 반 세기 뒤인 2020년 1월 교회사연구소는 「여지도서」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 예고됐고, 올해 2월 21일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사회경제사와 역사지리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를 지닌 데다 현존 유일본으로 편찬 당시 상태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되고 있어 희소성과 완전성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여지도서」 보물 지정으로 최석우 몬시뇰님의 염원이 50년 만에 이뤄진 것 같다”며 “직접 보니 고을마다 다른 화풍으로 그려진 점이 흥미롭다. 역시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유산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