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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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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무료병원 요셉의원을 설립한 고(故) 선우경식 원장(요셉·1945~2008)의 16주기 추모 미사 및 「의사 선우경식」 출판 기념회가 열렸던 날,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는 강론 중 몇 번이나 목이 메어 말을 멈췄다. 구 주교는 선우 원장 생전에 사목 현장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격려했던 인연이 있었다. 고인의 삶을 회고하면서 함께한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선우 원장은 젊은 시절,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환자들을 보며 마음 아픈 경험을 했다. 그것은 ‘돈을 잘 버는 의사보다 병원비가 없는 가난한 사람도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구 주교는 ‘이를 평생 정말 성실히 실천해 나갔던’ 고인의 면모를 들려주면서,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성자의 모습’이라고 했다.


「의사 선우경식」을 펼쳐 읽으며 기자에게는 그의 ‘의사다운’ 삶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푸코 성인의 말처럼 예수님을 따라 ‘아무도 위로해 주거나 돌보지 않는 이들을 위로하고 돌보자’ 했던 애씀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으로부터 초대받은 길은 세상과는 완전히 반대인 내어줌으로써 얻는 역설의 길이고 바보의 길’이라는 한 사제의 말을 떠올렸다. 그처럼 고인이 걸었던 길은 무난하게 섬김과 부를 얻을 수 있는 세속의 길이 아니라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진정한 행복과 풍요로움을 얻는 길이었다.


1987년 무료병원 시작 때 그가 뿌린 겨자씨는 지금 연인원 600여 명의 봉사자와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진료받는 큰 나무가 됐다. 선우 원장의 일생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가는 길은 어떠한가.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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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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