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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학살 30년, 상처 치유는 계속돼야

학살 관련 책 출간, 교회의 자성 필요하다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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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냐마타에 있는 한 가톨릭 시설에 조성된 대학살 희생자 추모관 내부. 30년 전 이 시설에서 투치족 수백 명이 희생됐다. OSV


중앙아프리카 르완다에서 100일 동안 최소 80만 명이 희생된 인종 대학살이 벌어진 지 꼭 30년이 됐다. 1994년 4월 7일 시작된 르완다의 비극은 나치 히틀러의 유다인 절멸 작전(홀로코스트) 이후 가장 끔찍한 대량 학살로 기록돼 있다.

시간의 풍화 속에서 참극의 고통은 많이 가라앉았다. 학살 주동자와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고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르완다 출신의 마르셀 우위네자 신부(케냐 헤키마대학 학장)는 “많은 여성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며 “그들은 숨겨온 상처를 드러내고, 침묵해온 고통을 털어놔야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일어선 생존자들 이야기

그가 「잿더미에서 부활하다(Risen from the Ashes)」라는 책을 낸 이유다. 지옥 불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르완다 대학살은 벨기에로부터 독립(1962년)한 후 정권을 장악한 다수 종족 후투족이 소수 종족 투치족에 보복하면서 벌어진 참사다. 벨기에는 식민통치 시절 투치족을 우대하면서 그들이 후투족을 간접 통치하도록 했다. 식민 제국주의의 전형적 분할통치 정책이다. 그때부터 쌓인 갈등이 곪을 대로 곪다가 터진 게 1994년 대학살이다.

우위네자 신부에 따르면 투치족 여성들은 당시 성폭행과 구타, 학대와 집단 학살 등 형언키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지금도 많은 생존자의 몸에 구타로 인한 흉터가 남아 있다. 남편을 잃은 여성은 에이즈 병마와 싸우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우위네자 신부도 피의 광란 속에서 부모를 잃었다.



성직자·신자들이 저지른 만행

심지어 종교시설에서도 학살이 자행됐다. 후투족 일부 성직자와 신자들은 은신처라고 믿고 찾아온 투치족 ‘바퀴벌레들’에게 마테체(정글용 칼)를 마구 휘둘렀다. 당시 후투족 지도부는 투치족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박멸을 선동했다. 무자비한 학살이 성당과 신학교에서도 자행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투치족 희생자 중에는 주교 3명과 신부의 약 25가 포함돼 있다. 그는 “당시 르완다 인구의 80가 그리스도인(가톨릭과 개신교)이었다”며 “교회는 멈춰 서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된다”며 “하지만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위한 싸움에 동참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대학살의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면) 르완다는 과거 사건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꼴이 된다”며 “상처 입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줄 건설적인 역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르완다 주교회의는 2016년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일부 교회 구성원이 학살에 가담한 데 대해 용서를 청했다. 르완다 교회는 그동안 비극의 기억을 정화하고, 종족 간 화해를 도모하는 일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7년 바티칸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학살 가담은) 교회의 얼굴에 상처를 낸 사건”이라며 “교회 구성원의 악행에 대해 하느님께 거듭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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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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