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8일 하루 일정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사목 방문했다. 교황이 베네치아를 찾은 것은 지난 2013년 교황 즉위 후 처음이다. 교황은 여자 교도소를 방문하고, 이어 청년들을 만나 “세상의 관성과 맞서 싸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교황은 28일 새벽 로마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베네치아로 이동해 첫 일정으로 여성 수감자들이 머무는 ‘주데카 교도소’를 찾았다. 교황은 한자리에 모인 80여 명의 재소자와 교도소 직원, 자원 봉사자들과 만났다.
교황이 사목 방문 첫 일정으로 교도소를 방문한 데 대해 교황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데카 교도소는 다른 교도소들과 마찬가지로 시설 노후와 자원 부족·만성적 과밀수용·재소자 간 폭력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곳일 뿐더러, 교황청이 4월 20일 공식 개막한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 당시 전시관을 설치한 공간이어서다.
현지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도소를 미술전 전시관으로 선택하고, 사목 방문 첫 일정지로 택한 것을 ‘파격 행보’라 표현하며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교황은 재소자들과의 만남에서 ‘인간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교황은 “감옥이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과밀 수용, 시설 및 지원 부족, 폭력 사건 등의 문제로 수감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 누구의 존엄성도 훼손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재소자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도 당부했다. 교황은 “감옥은 도덕적·물질적 재탄생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모두가 용서받아야 할 실수와 치유해야 할 상처가 있음을 잊지 말고 용서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치유받은 사람은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옥이라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지닌 재능이 잠시 ‘휴면 상태’에 빠지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사회 관심과 인내 속에 감춰졌던 재능을 다시 꽃피울 수 있다”고 격려했다.
교도소 방문을 마친 교황은 인근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앞 광장으로 이동해 1600여 명의 젊은이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젊은이들이 세상을 회색빛으로 만드는 ‘억압적인 관성’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 사랑을 선물로 받았고 그분의 말씀을 다른 이들과 나누도록 부름 받았다”면서 “우리는 천국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인 만큼 슬픔에서 일어나 시선을 위로 들어 삶과 직접 마주해야 한다”고 응원했다.
교황은 이후 베네치아 성 마르코 광장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부활 삼종기도를 끝으로 베네치아 사목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베네치아 방문을 시작으로 5~7월 연이어 이탈리아 도시 사목 방문에 나선다. 교황은 오는 18일 베로나를 방문하고 다음 달에는 남부 풀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7월에는 트리에스테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