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 발표...전 세계적 인권 침해 확산에 우려 표명
국제엠네스티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촌 전체가 전쟁과 집회 및 표현의 자유 억압 등으로 인권 수준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전쟁 속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줄을 선 모습. OSV
지난해 지구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권 또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는 4월 24일 2023년 전 세계 155개국 인권 현황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세계 인권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폭력 예방·대응 예산 삭감 등의 계획으로 여성 인권이 약화했고, 노동 활동가와 장애인 인권활동가를 포함한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에서 ‘반국가’, ‘이적’, ‘간첩’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진단했다. 환경 활동가와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석탄화력발전소의 신설이 계속된 사례를 들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지학 이사장은 “평화적 시위자들에 대해 강경한 대응으로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에 직면한 지금, 정부는 무엇보다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23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 범죄로 이어져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국제 법치주의를 훼손했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뤄진 가자지구 침공 과정에서 군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시설물의 대대적 파괴를 용인했다.
미얀마에서는 무력 분쟁이 격화돼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특히 여성과 소녀에 대한 억압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많은 국가가 경제적 불의와 기후 위기를 방치하는 등 식량·건강·교육·건강한 환경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는 표현·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한이 강화돼 정부 정책과 조치를 비판하는 이들은 체포 및 구금됐고, 불의에 반대하는 시위는 물리력으로 탄압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으며,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지만, 보편적 인권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적 관행과 사고방식이 다수의 정부와 사회에 확산했다”며 “권위주의적 정책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성 평등을 공격하며,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