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주일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 주일’이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1995년부터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지내오다 2011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생명 주일’로 바꾸고 5월 첫 주일로 옮겼다. 우리 사회에 ‘생명 문화’를 확산하는 데 더욱 적극 나서자는 취지에서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 문희종 주교가 올해 생명 주일 담화에서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는 생명의 탄생부터 죽음에 관련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낙태죄 관련법이 5년 지났는 데도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 역시 2년 넘게 논의 중이다.
현대인들은 생명을 말할 때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절대적 기준으로 제시한다. 낙태도 죽음도 성(性)도 개인 선택이니 국가나 사회가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 반면 가톨릭교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똑같은 인간 생명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하느님이라고 밝힌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이기에 인간이 생명에 개입하거나 훼손해선 안 된다고 한다. 교회는 생명을 언제든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상을 ‘죽음의 문화’라 단정한다. 그러면서 존엄한 인간 생명은 한결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생명에 대해 교회와 세상의 이야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생명의 문화는 이상주의가 아니고 반드시 가야 할 옳은 길이라는 점이다. 교회가 선포하는 인간 생명관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뜬구름이 되지 않기 위해선 현대인이 공감하는 생명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