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내 탓이오”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단죄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준으로 해서 자신을 성찰하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후보들의 이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었다. 이들 중에는 후보에서 사퇴한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비판을 무시하고 후보로서 선거를 치르거나 당선된 이들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 혐오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가 정당화되고 있다. 이들의 발언이 소셜미디어, 개인방송 채널을 통해 인기를 끌고 명성과 부를 가져오기도 한다. TV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거나 다양한 가족의 구성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연예인들은 비판받기도 했고 한동안 출연이 정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혐오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근거가 강력하지 않아 혐오는 비판에 그치고, 혐오발언을 한 사람들은 잊히고 다시 방송에 등장한다.
개인방송 채널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검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재미있고 자극적인 것, 폭력적인 것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혐오발언은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서 간과돼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혐오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 경우에도 몇몇 후보는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거나 본인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고 억울하다고 호소하거나 실수했다고 얼버무렸다. 또한 이들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혐오발언은 발화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좀 더 혐오발언을 비판하고 타자에 대한 차별에 감수성을 요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나 정책을 일절 삼가자는 신념을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한다. 이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자유로운 발언이나 토론이 억제되 민주주의의 발전에 저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올바름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표현과 행동에서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혐오발언이나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정치적 올바름은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 학교, 정치 등의 영역에서 혐오발언에 대해 개인 차원의 성찰을 넘은 자문과 심의, 교육, 법적 제재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각 정당에서는 성인지교육이나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통해 혐오에 대한 감수성을 고양하고, 당원 자격 기준에는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미국의 여성주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저서 「혐오발언」에서 혐오발언을 하는 발화자의 입을 막는 것만으로 그 사회의 혐오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발화를 가능하게 한 집단 또한 사회의 지지를 받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혐오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혐오가 갖는 문제점을 인식할 때 혐오가 사라질 수 있고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나 미디어에서 발견되는 혐오발언은 혐오발언으로 주목을 끌고 스타가 된 사람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이들의 혐오발언을 지지하고 환호한 사람들, 이에 대해 침묵한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혐오발언에 대한 감수성이 길러지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톨릭교회 미사 강론이나 교리교육에서도 혐오발언이 무심코 사용되지는 않는지 감수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교회 조직 내에서도 성인지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한편, 교회가 사회의 혐오발언을 비판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글 _ 이동옥 헬레나(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