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장 이성효 주교 특별 기고
한국 천주교회는 해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홍보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홍보 주일을 맞아 ‘인공지능과 마음의 지혜, 온전한 인간 소통을 향하여’라는 담화문을 발표하셨습니다.
올해 초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인공 지능과 평화’에서 이미 디지털 기술과 인공 지능의 오용을 경고하셨고 이를 지혜롭게 사용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인공지능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옳은 답처럼 내놓는 ‘그럴듯한 오류의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고,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얼굴을 합성하거나 조작하여 가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인 딥페이크(deepfake)는 그릇된 정보로 소통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공지능 윤리와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홍보 주일을 맞아 미디어 종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깊은 질문을 하십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온전히 인간다움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이 성찰을 하느님과 만나는 내면의 장소인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하자고 초대하십니다. 마음의 지혜는 기계의 가공할 능력에 의지하여 하느님 없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전능의 환상에서 깨어나 피조물의 지위를 깨닫게 합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개발과 사용을 규제하는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을 채택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도록 우리 모두를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사이버 전쟁·경제 전쟁·정보 전쟁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병행 전쟁(parallel war)’을 언급하면서 특별히 인공 지능을 활용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당부하십니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없애지 않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미디어 소통 부문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디어 소통 전문성을 중시하여 모든 미디어 종사자가 자신의 책임을 더 잘 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미디어 소통 업무에 분별력 있는 참여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면 말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질문을 상기시키면서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따르는 단계별 절차인 알고리즘(algorithm) 앞에서, “우리가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혜를 기르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자유로 우리 마음에 자양분을 줄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어서 우리가 디지털 기술 혁명 시대에 성숙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지혜는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우리의 나약함(vulnerability)을 포용함으로써 성숙해집니다.” 인간의 나약함은 인공지능과 확연히 구별되는 타인을 향해 열려있고 관심을 보이는, 심지어 상처를 입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포용하는 예수님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제임스 키넌, 인공지능이 가톨릭 교의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교황청 문화평의회, 「필요한 휴머니즘을 향하여」, 48-60쪽 참조) 끝으로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 “우리 인류가 길을 잃지 않도록 만물 이전에 있었던 지혜(집회 1,4 참조)를 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