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가롤로(신문취재팀 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17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144명의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자료 15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두 아들에게 쓴 다산 정약용의 글을 비롯해 1920년대 시집간 딸에게 쓴 편지, 아이의 성장에 맞춰 기록한 육아일기 등 시대를 넘어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전시다. 모든 시대에 걸쳐 따뜻하면서도 자식 걱정 가득한 아버지의 마음이 관람객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오늘날 평범한 아버지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사회생활에 치이고, 사춘기 자녀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등 ‘아버지 마음’이란 단어가 주는 포용과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취재차 만난 서울대교구 아버지학교 출신 3명의 아버지들도 그러했다. 태어날 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지만, 자녀가 커가면서 대화 단절은 물론, 거친 몸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가 멀어진 경우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비슷한 과정을 나눴다.
이들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동행’, ‘기다림’, ‘적절한 거리 두기’ 등 각자가 보고 배운 방식대로 아버지 역할을 찾아갔다. 그런 노력으로 현재 자녀와의 관계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계속 진행 중이며, 누구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진 못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찾았다. 아빠도, 남편도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가끔 가족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아내와 자녀 어깨에 기대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고백이다. 자녀도 자신보다 힘이 약해진 아버지를 볼 때 비로소 그의 무거워진 어깨가 보인다고 했던가.
자녀는 보고 배운 대로 또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간다. 자신의 어깨를 내주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300년 전 아버지 마음에 감동하는 것도 그의 늘어진 어깨가 보였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