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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지킨 ‘미혼모’를 지키는 곳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인터뷰(1) 장려상(활동분야) 대전자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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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자모원의 백일 잔치. 서울 생명위 제공


생명의 신비상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구현하기 위해 학술 연구를 장려하고 생명수호활동을 격려함으로써 생명문화를 확산하고자 제정했다. 본지는 최근 수상한 제18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장려상 대전자모원과 본상 (사)엠지유,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 환경과 생명연구소 장성익 소장, 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진홍 교수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하느님께서 참 예쁘게 잘 보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는 미혼모의 두려움이기도 했던 아이가 비로소 세상에 나오면, 그 자체로 엄마의 기쁨이자 기적·영원한 친구가 되죠.”
 
대전자모원 김송희(아녜스) 원장

대전자모원 김송희(아녜스) 원장은 생명을 선택한 출산의 숭고한 행위를 ‘사랑의 랜덤박스’에 비유했다. 생명을 지킨 미혼모들은 막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을 때, 임신 사실에 겁먹었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이렇듯 대전자모원은 산모와 태아 모두 ‘온전한 생명’으로서 존중과 사랑을 받게 돕는 대전·세종·충북의 유일한 미혼모 출산지원 시설이다.

대전자모원은 한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선교사들과 전 대전교구장 고 경갑룡 주교의 뜻이 모여 상담실로 출발했다. 현재는 미혼모를 대상으로 숙식·의료·상담·교육·산후조리·직업훈련 등 각종 도움을 주고 있다. 양육을 결정할 경우 자립 준비금으로 쓸 수 있는 ‘씨앗 통장’, 학원비·생계비·주거비 등을 지원한다. 김 원장은 “대전자모원은 원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미혼모에게 친정과도 같은 곳”이라며 “미혼모가 임신했을 때부터 쌓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퇴소 후에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27가정이 퇴소 후에도 대전자모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대전자모원에는 불법체류자와 같이 부득이 입소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대전자모원은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산부인과 진료조차 받기 어려운 임신부들에게 전액 후원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또 시설이라는 이유로 입소를 기피하는 여성들에게는 ‘찾아가는 서비스’로 출산과 양육을 돕는다.

생명을 지키기란 이토록 어려운 일이지만, 마침내 해낸 미혼모들에게는 ‘새 삶’이라는 위대한 선물이 주어진다. 성매매에 종사하던 한 여성은 아이로 인해 마음을 고쳐먹고 대전자모원에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오히려 엄마를 새 사람으로 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물론 여전히 교회마저도 미혼모를 향한 시선이 따가운 것이 사실. 대전자모원에 꾸준히 후원하는 한 신자는 선행을 하면서도 “절대 본당에 알려지지 않게 해달라”며 거듭 부탁한 적도 있다. 김 원장은 “미혼모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시선과 격려”라며 이 순간에도 낙태를 고민하는 임신부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 번이라도 병원에 가서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어주세요. ‘엄마 제가 여기 있어요. 당신의 아기예요. 제가 태어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을 거예요.” 김 원장은 생명을 지키고 낳은 미혼모들에게도 “아이도 엄마도 모두 큰일을 했으니, 당당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잘했어요”라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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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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