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희년을 공식 선포했다. 희년은 올해 12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聖年) 문 개방으로 시작해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까지 이어진다. 희년의 주제는 ‘희망의 순례자들(Pilgrims of Hope)’이다.
교황은 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년 문(Holy Door) 앞에서 주님 승천 대축일 저녁 기도를 주례하며 희년을 공식 선포하고, 교황 칙서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Spes Non Confundit, Hope Does Not Disappoint)를 발표했다.
교황은 칙서에서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희망을 일깨우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강렬한 체험으로 초대하고자 다시 한 번 거룩한 문이 열릴 새로운 희년의 때가 왔다”고 밝혔다.
교황은 “희년 주제인 ‘희망의 순례자들’이란 말 안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을 위한 희망의 표징이 되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신앙인들은 구원의 통로인 예수님과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갖고, 교회는 항상 예수님을 우리의 희망이라고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되려면 세상에 희망이 넘쳐야 한다”면서 희망의 신호를 전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자녀 낳기 △이주민 환영하기 △수감자 방문하기 △평화를 위해 일하기 △사형제 반대하기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아주기 △가난한 나라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하기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바치기 △군비를 식량 지원금으로 전환할 것 요구하기 등 교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희년을 맞아 이행해야 할 주제들을 밝힌 것이다.
교황은 “우리가 진정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열고자 한다면 불의의 원인을 해결하고, 특히 부당하고 갚을 수 없는 부채를 청산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봐야 한다”면서 “교회는 ‘희망의 증표’가 되어야 하며, 특별히 불확실한 미래에 압도당하는 젊은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나는 이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편견으로 인해 그들의 기대가 좌절되어선 안 된다”고도 전했다.
아울러 교황은 2025년이 니케아 공의회 개최 170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희년을 교회 일치에 힘쓰는 기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유래한 희년은 교회가 50년 또는 25년마다 선포하는 은총의 해로,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1475년부터 25년마다 거행하고 있다.
한국 교회도 2025년 희년을 앞두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주교회의는 7일 상임위원 회의를 거쳐 교황청 복음화부가 펴낸 2024년 「기도의 해」 시리즈(Appunti sulla Preghiera : 기도에 관한 노트) 여덟 권을 우리말로 번역 출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