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태생 심장질환 아기 ‘너무 위험’ 수술 거부당한 후 교황청에 도움 호소해 치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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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수술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아기가 교황청이 운영하는 로마의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으로 이송돼 극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컴퍼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민이자 나이지리아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A군은 4월 24일 늦은 저녁 로마에 도착해 이튿날 첫 번째 심장 수술을 받았다. A군의 아빠 B씨는 “아이가 잘 회복하고 있다”고 했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아이가 잘 이겨내고 있다”며 “꼭 살리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A군은 수술을 한 번 더 앞두고 있다.
수술을 받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태어난 지 한 달 된 A군은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살 가능성이 희박했다. 영국 브리스톨 소재 왕립아동병원 의사들이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기 때문. 아들의 죽음을 손 놓고 볼 수 없었던 B씨는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 아들을 치료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고, 법률대리인 시모네 필론 변호사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에 A군의 전원 지원도 요청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특수 장비를 갖춘 군용 화물기로 아기 이송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생후 8개월 된 인디 그레고리가 숨진 사건과는 극명히 대비되고 있다. 인디는 퇴행성 미토콘드리아병을 안고 태어나 영국의 퀸스 메디컬센터로부터 연명치료 중단 권고를 받았다. 인디의 부모는 즉각 반발해 병원을 상대로 법적 투쟁에 나섰고, 밤비노 예수 소아병원 역시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영국 법원의 판단으로 무산됐다. 이후 인디의 생명 유지장치는 제거됐고, 하루도 되지 않아 숨졌다. 당시 사건을 심리했던 판사는 “아기가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살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모네 필론 변호사는 “A군의 경우 사건이 법원에 송부되기 전 이미 전근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졌다”며 “자녀의 생사 여부는 사실 타이밍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A군의 사례로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비슷한 사건에 생명을 존중하는 판단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현재는 의사의 개인적 판단, 궁극적으로는 판사의 생명 윤리적 관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