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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세상은 가정으로부터

[월간 꿈 CUM] 삶과 영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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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의 폭력은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성적, 경제적 폭력과 방임으로 구별된다.

신체적 폭력은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신체를 직접적으로 때리는 일, 혹은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몸을 세게 움켜잡으며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방에 가두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하며, 만일 폭력으로 몸이 다쳤는데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보내지 않아도 신체적 폭력에 해당된다.

언어적 폭력은 욕설, 폄하 발언, 비방, 허위사실 유포, 협박 등이 해당한다.

“대체 누구를 닮아서 공부도 못하고 말을 안 듣냐?” “지 에미 닮아서 이렇게 굼뜨냐?”와 같은 말은 언어적 폭력이다. 또한 별명 부르기, 욕설하기, 앞뒤에서 흉보기, 부모님을 비난하며 말하기, 신체적으로 놀리기, 약점 가지고 놀리기 등이 모두 언어적 폭력에 해당한다.

정서적 폭력은 폭언, 무시, 모욕과 같은 언어폭력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자존감을 깎는 언행,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무시함,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 애완동물을 학대하는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성적 폭력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나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할 때 발생한다. 특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억지로 성행위를 강요할 경우,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

경제적 폭력은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동의 없이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하는 행위, 가족 구성원의 소득을 가로채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 집안의 돈을 동의 없이 가지고 나가는 행위, 무계획적으로 빚을 지는 행위, 생활비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구성원들을 통제 혹은 방임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방임은 생계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는 물론이요 정서적인 무관심, 냉담, 교육을 시키지 않거나 오랜 시간 가둬 놓는 등 기본적인 존엄성을 위해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가정폭력의 종류와 형태를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사실 너무나 폭력이 일상화되어 무엇이 폭력인지조차 잘 가늠이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자녀의 훈육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이 정도는 가정폭력도 아니다” “배우자와의 작은 의견 대립일 뿐이다” “어느 집이나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조그만 폭력 앞에 사람들은 관대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폭력도 폭력이며 이것은 분명한 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처럼 폭력에 대해 민감성이 떨어진 이유는 우리 주변에 이런 폭력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정에서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폭력을 대물림한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우리 가정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부부는 서로 싸우면서 사는 것이다?”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 “남의 집 일에 상관해서는 안 된다?” 아니다. 이웃이나 지인의 폭력 사실을 알았다면, 신고하거나 이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셋째, “내 아이니까, 내 맘대로 때릴 수 있다?”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이며, 고유한 인격체이다.

넷째, “맞을 만한 짓을 했으니 맞는 것이다?” 아니다. 세상에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다섯째, “신체적인 폭력보다는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이 그나마 나을 수 있다?” 아니다. 언어적 폭력은 신체적 폭력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지속되고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폭력 없는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믿고 싶다. 왜냐하면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이미 하느님의 축복으로 성가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네 집 안방에는 아내가 풍성한 포도나무 같고, 네 밥상 둘레에는 아들들이 올리브 나무 햇순들 같구나. 보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이렇듯 복을 받으리라.”(시편 128,3-4)
 

글 _ 박현민 신부 (베드로,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목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에서 각각 상담 심리 전문가(상담 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전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상담자의 복음화, 상담의 복음화, 상담을 통한 복음화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상담의 지혜」, 역서로 「부부를 위한 심리 치료 계획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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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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