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하비에르 학교는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가난하다고 알려진 시소폰 지역에 있습니다. 예수회가 설립한 학교로 초중등 교육을 함께 하고 있는 곳입니다. 십여 년 전에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건립을 위한 자선 공연의 연출을 도와드리면서 인연을 맺게 된 저는 여전히 소식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캄보디아의 첫 예수회 사제이신 다모 신부님의 첫 미사에 초대받아 성당에 들어섰는데 십여 명의 앳된 소년과 소녀들이 밝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눈에 캄보디아의 하비에르 학교에서 온 친구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모 신부님의 성소 이야기와 강론 말씀이 끝나고 축하 공연이 있다는 안내 이후, 캄보디아 전통 의상을 입은 학생들이 제단 위로 올라가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저는 특정 멜로디나 가사를 듣고 단번에 곡명을 맞히지 못하는 편인데 왠지 모르게 첫 소절부터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떼제 성가 중의 하나인 ‘사랑의 나눔(Ubi Caritas)’이었습니다. 멜로디는 익숙했지만 캄보디아어로 시작했기 때문에 무슨 노래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어린 친구들은 캄보디아어에 이어서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라고 한국어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슬퍼서 운 것이 아니라 감사와 기쁨, 놀람으로 인한 감격의 눈물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떼제 성가는 제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20대 청년 시절, 프랑스의 떼제 마을에서 2주 동안 침묵 피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전에는 성경 공부, 오후에는 화장실 청소와 급식 지원 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성당에 모여 떼제에 머무르고 있는 모든 사람과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단 앞의 수사님들을 중심으로 해서 한목소리로 찬양하되 각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자세로 기도하였습니다. 제가 떼제에 머무를 당시는 로제 수사님께서 살아 계실 때라서 공동체의 기도를 친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성·인종·언어·문화·국적·종교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반목하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해를 청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었습니다.
25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체험이 워낙 선명해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인간이 구분 지어 놓은 모든 것을 초월해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됨을 캄보디아 하비에르 학교 학생들의 떼제 찬양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맑은 눈을 지닌 10대 친구들이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손에 손을 맞잡고 찬양하는 모습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떼제 성가는 아주 단순한 가사와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지만 반복해 부르면서 내 안의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성모님께 바치는 묵주 기도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떼제 성가 ‘사랑의 나눔’을 듣고 부르며 예수님의 기도를 새깁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저 또한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 또한 우리 안에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파견하신 것을 세상이 믿게 하소서.”(요한 17,21)
김혜진(베로니카,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