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탈신앙의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본격화된 ‘탈종교’ 현상은 전 세계적인 개인주의 확산과 더불어 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각 교회의 일치를 향한 노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 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주교·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5월 22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제23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을 열었다.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주제로 일치 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시대 변화에 맞는 운동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안교성(장로회 신학대학교 객원교수) 목사는 기조 발제에서 “2014년 5월 신앙과 직제 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일치 운동을 위한 안정적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안 목사는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일치 운동 과정을 △개신교 입국 이후 대치기(1884년~) △해방 이후 병존기(194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함께 이어진 대화기(1962년~) △민주화 운동 속 연대기(1970년~) △일치기(1998년~)로 구분했다. 특히 2000년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는 신학 연구모임과 일치 피정·순례 등을 통해 그리스도인 공동의 복음적 삶의 지향이라는 공통점을 확인했고, 이러한 노력이 모여 2014년 5월 신앙과 직제 협의회가 탄생했다.
협의회는 10년간 일치 아카데미와 일치 포럼 등 신학 교류 모임과 출판을 비롯해 신학적 대화, 정의·평화를 위한 공동 행동, 공동 기도로 갈등과 분열의 현실 속에 일치의 노력을 이어왔다. 다만 안 목사는 “교회 간의 외적 일치 운동에 주력한 나머지, 교회 구성원의 참여라는 내적 일치 운동에는 다소 소홀했다”면서 구성원 전체에 ‘일치 정신’이 두루 퍼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 목사는 일치 운동의 내면화를 위해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일치 운동 방향을 정하고, 종교도 주입 방식을 넘어 자기를 찾는 순례, 즉 영성을 더욱 우선하는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며 “‘탈교회화’의 흐름에 맞서 조직이 부여하는 정체성의 경계를 뛰어넘는 ‘담 없는 조직’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치 운동을 위한 ‘새 얼굴’을 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덕창(스테파노) 신앙과 직제협의회 전 공동사무국장은 “앞으로 양 교단의 리더십에 따라 일치 운동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고, 일치 운동의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