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선우경식(요셉) 원장님은 어쩌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무모하다고도 할 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셨죠.”
요셉의원 설립자인 선우 원장의 삶을 주제로 5월 21일 열린 ‘가톨릭대 의대 개교 70주년 공동 심포지엄’에서 들었던 이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냉정한 세상과 달리 자신을 인간으로 대우한 선우 원장의 사랑에 감화된 환자들 중에는 술을 끊고 결혼해 건실하게 살게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있던 어떤 이들은 오히려 선우 원장의 청진기를 빼앗고, 병원 유리창을 깨거나 대문을 부수기도 했다.
험난한 삶의 궤적, 그 때문에 상식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선우 원장에게도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과전문의로 인정받는 삶도 ‘포기’하지 말고 봉사는 짬짬이 하고 살았으면 다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차지도 않는 독에 물을 붓던 그의 삶은 미련하다”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때 예수와 만났던 부자 청년의 일화가 떠올랐다. “나를 따르려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예수의 말에 청년은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슬퍼하며 떠나간 것은, 가진 것에 대한 ‘포기’라고만 들었지 ‘나눔’이라고 듣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선우 원장처럼 명예, 지위 등 많은 걸 가졌지만 온전히 ‘나눠지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이 귀한 걸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선우 원장의 삶은 온전한 ‘나눔’이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세상의 가치 그 이상의 사랑이 있어”라며, 구차한 타산(打算) 따위 너끈히 뛰어넘는 부활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