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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 담대한 모습으로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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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성상은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2년 동안의 제작을 마치고 2023년 9월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됐다. 그리고 9월 16일, 성 김대건 신부님 순교일에 성대한 축복식을 열었다.


1846년, 25살에 돌아가신 김대건 신부님 성상의 재료는 흰색의 카라라 대리석이다.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이 대리석은 따뜻한 느낌이 나고 무늬와 크랙이 없는, 그리고 외부가 강한 것으로, 높이 377cm와 가로 183cm, 폭 120cm의 통 돌이었다.


성상은 갓을 쓰고 한국의 전통의상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김대건 신부님을 표현했다. 영대를 두른 채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에서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김대건 신부님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얼굴에는 담대함을 담았다. 모진 박해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의 길을 걸었던 김대건 신부님의 삶을 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한 표정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대건 신부님은 담대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티칸을 오가는 순례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돌의 질감을 통해서도 김대건 신부님의 신앙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모자(갓)는 터치를 조금 강하게 주고 얼굴 부분은 부드럽고 매끄럽게 표현했다. 김대건 신부님이 입고 있는 두루마기의 돌출부는 곱게, 오목한 부분은 거칠게 표현해 지루하지 않게 보이면서 자연스러움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손은 상대적으로 크게 조각,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극적으로 보일 수 있게 했다.


성상을 자세히 보면 좌우가 대칭이 아니다. 인체를 표현할 때 무게를 한쪽 발에 집중하고 다른 쪽 발은 편안하게 놓는 구도인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기법을 사용해 오른쪽 다리에 힘을 줘 오른쪽 골반이 살짝 위로 올라가게 하고 반대로 어깨는 왼쪽이 조금 올라가게 했다. 머리는 왼쪽으로 기울어 오른쪽이 조금 올라가게 함으로써 김대건 신부님이 몇백 년을 서 있어도 힘들지 않고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도록 했다. 또한 옆에서 보면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어깨는 뒤로 젖히고 배는 약간 힘을 줘 안정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해 힘들고 피곤하지 않게 표현했다.


4.54m 위에 설치하여 올려다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얼굴 크기와 전체적인 비례도 원근법을 활용해 시원스럽게 보이도록 했고 두루마기 속의 바지도 상세히 표현했고 발과 신발이 잘 보이도록 좌대의 앞부분을 과감히 절단했다. 두루마기의 주름은 단순화시켰으나 묶인 갓끈 영대 고름 등은 사실적으로 표현해 한국 전통 두루마기의 느낌을 조형화했다.


대성당 오른쪽 외벽에 있는 4.54m 높이 위에 있는 4.17m 높이의 벽감에 설치되기 때문에 뒷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돌 속에 갇힌 신부님에게 자유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면보다 더 열심히 뒷모습 작업을 했다.


신비로운 것은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과 등을 맞대고 있는 안쪽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묘가 있는데 이분은 1984년에 한국에 오셔서 김대건 신부님의 시성(성인으로 선포)하신 교황이시다. 그리고 교황님의 묘 옆에는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가 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가 550년 동안이나 비워져 있었고 이곳에 김대건 신부님 성상이 세워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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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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