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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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아름답다

박예슬 헬레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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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라는 말에는 여러 어원이 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1447년 석가모니 일대기를 기술한 석보상절의 ‘아(我)답다’였다. 나다운 것. 본연의 내 모습 그대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는 듯해 마음 한 편에 고이 간직해두었다.

덮어둔 이 단어가 다시금 생각난 건 다문화·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베들레헴어린이집’이 설립 20주년이 되는 특별한 날이었다. 어린이집에 들어서자 원아 12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한복·델(몽골 전통 옷) 등을 곱게 차려 입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 자체로 참 아이답고 예뻤다. 이대로 아이들의 순수함이 때 묻지 않고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누구라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다행히도 베들레헴어린이집이 있는 서울 성북구 주민들도 아이들을 편견 없이 예뻐해 준다고 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커가면서다. 베들레헴어린이집에서 오랜 기간 사도직을 수행한 한 수녀로부터 그 현실을 들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낙산공원에 종종 올라가는데, 모두 넘치게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보내줘요. 그러나 이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냉정해지죠.” 피부색과 쓰는 언어가 달라서,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아이들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진다. 심지어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은 다문화·이주노동자 가정 아이들에게 선택지는 거의 없다.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할 때 관련 기사에 남겨진 댓글 하나가 기억난다. ‘이주민이 많이 들어오면 범죄율이 높아질 겁니다. 반대합니다.’ 이주민이 한국에 들어와 범죄가 늘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들을 음지로 내모는 것일까? 단언할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폭력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빛바래게 한다. 타인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나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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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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