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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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의 중고로운 평화나라] 어른이 된다는 것

임홍택 유스토(「90년생이 온다」 저자·명지대 미래융합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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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나도 이제 성인의 나이가 된 지 어언 20여 년이 지난 지라, 이날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잊고 살다가 지난 주말 한 구청에서 진행하는 성년 축하 행사에 강연을 갔다가, 백만 년 만에 성년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성년의 날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신생 성인들을 장려하고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일깨워주고자 지정되었다고 한다. 근데 성인, 즉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른이란 사전적으로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어른이란 단순히 만 19세가 넘거나, 일정 이상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자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성년의 나이가 되었던 20여 년 전 과거에는 신세대 혹은 신인류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신세대라는 타이틀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그렇다고 불혹의 나이가 지난 지금 나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자신은 없다.

만화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나나미 켄토는 주인공인 이타도리 유지에게 사람이 어른으로 넘어서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당신은 그간, 여러 번 사선을 뛰어넘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어른이 된 건 아니에요. 베개 밑에 빠진 머리카락이 늘어나거나, 좋아하던 야채빵이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추는 등, 그런 작은 절망들이 겹겹이 쌓여 사람을 어른으로 만드는 겁니다”라고 말이다.

나는 10여 년 전 다시금 성경을 보다가 얻은 깨달음으로 세례를 받아 ‘유스토’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고, 가톨릭의 인연으로 만난 아내와 가정을 꾸려 2명의 아이와 삶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자가 되어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것으로 모든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단지 앞으로 죽는 날까지 삶에 녹아있는 작은 절망을 넘어가며 성장하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이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작은 절망들이 넘치는 하루를 담대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가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시대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시대적 혹은 시대착오적 사고를 유지하는 이들만이 개꼰대라는 이름의 시대착오적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세대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사는 방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유치원 때 배웠던 기본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선배들이 잘못했던 부분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21세기에 태어난 우리의 다음 세대는 실수를 두려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에게 책임지지 못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손쉬운 조언을 하지 말자. 실수는 원래 두려운 것임을 솔직히 인정하자. 단지 삶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우리가 조금씩 어른이라는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거기서 교훈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자.

그리고 ‘그놈의 MZ타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대로 사람을 분석하기보다 그 세대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정확히 보는 노력을 해보자. 그러다 보면 적어도 우리는, 다음 세대를 잘파 세대(Z세대와 알파 세대를 묶는 용어로 우리나라에만 있다)로 퉁치는 일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성년 이야기가 나왔으니, 10년 전부터 하루하루 미루다 어느새 잊어버린 견진성사를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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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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