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영생(永生)은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어 모든 이를 영원한 생명에 초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이 은총에 이미 참여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확실히 요한복음서가 즐겨 사용한 어휘입니다. 요한복음서는 생명의 복음서라 불릴만합니다. 복음서를 저술한 목적을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요한 20,31)이라고 밝히기 때문입니다. 요한에게 ‘조에’(zoe, 생명)는 태어나면서 받는 생명, 곧 목숨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타고난 목숨을 가리키는 말로는 ‘프시케’(psyche)가 쓰입니다.(요한 13,38; 15,13)
요한이 말하는 ‘영원한 생명’은 타고난 목숨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것은 죽음이 파괴할 수 없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요한 11,26 참조) 사실 영원한 생명의 진짜 원수는 죽음이 아니라 죄입니다.(1요한 3,15 참조) 요한이 말하는 ‘영원한 생명’은 지금 여기에서 ‘다가올 시대의 생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요한에게서 두드러진 관심사 중 하나는 ‘실현된 종말론’입니다. 복음서에서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아들됨은 이미 그리스도인의 소유로 주어진 선물입니다. 육체의 죽음이 사라질 미래에 완성될 여지는 남아있지만 말입니다.(요한 5,28-29 참조)
예수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1,25; 14,6 참조) 그분을 믿는 것이 사람이 하느님의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요한 3,16; 5,24; 20,31 참조)
Q. 이 생명은 어떻게 전해집니까?
A. 하느님께서 땅의 먼지에서 당신의 영 또는 숨을 불어넣으실 때 사람에게 목숨이 주어집니다.(창세 2,7 참조) 영원한 생명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영을 불어넣으실 때 주어집니다.(요한 20,22 참조) 성령은 생명을 주는 힘이며(요한 6,63 참조) 예수님께서 죽음을 정복한 뒤에야 주어집니다.(요한 7,39 참조) 이 성령의 선물이 미래의 세대에게 전해지는 길은 사람을 새롭게 하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요한 19,34 참조) 물에서 기원하는 세례의 생수와 연관됩니다. 생명을 주는 성령께서 사람에게 주시는 이 영원한 생명은 성찬식 때 예수님의 몸과 피로써 양육됩니다.(요한 6,51-58 참조)
Q. 요한복음의 영원한 생명과 공관복음의 구원은 같은 뜻으로 사용됩니까?
A. 요한복음서의 ‘생명’과 ‘영원한 생명’은 동의어로 공관복음서의 ‘구원’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아들은 그분을 믿는 사람들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고 오셨으며,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요한 3,16-17) 요한복음서의 집필목적도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요한 20,31) 그런데 요한복음서의 ‘영생’은 공관복음서의 ‘하느님 나라’와 같은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서에도 드물게나마 ‘하느님 나라’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으며(요한 3,3.5) 공관복음서에는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이 동의어로 사용 됩니다.(마태 19,23-29 참조) 차이점이 있다면 ‘영원한 생명’은 개인적인 차원, ‘하느님 나라’는 사회적 차원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Q. 요한복음서가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A. 요한복음을 저술한 첫 번째 목적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은 그분을 믿어서 우리가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20,30-31) 곧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생애를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믿어 생명을 얻게 하려고 쓴 것입니다.
요한복음이 말하는 예수님은 육이 되신 말씀, 하느님이십니다.(요한 1,1 참조) 또한 예수님은 사랑의 하느님을 온전히 보여주십니다.
요한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양(羊)으로 하여금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누리게 하시는 참 목자이십니다.(요한 10,10) 또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며(요한 6,35.48) 가지마다 영양을 공급하시는 참 포도나무이십니다.(요한 15,1)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며(요한 8,12) 우리 삶의 길이십니다.(요한 14,6)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과 삶과 생각과 뜻이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글 _ 박정배 신부 (베네딕토, 수원교구 용인본당 주임)
1992년 사제서품. 수원교구 성소부장과 수원가톨릭대학교 영성지도, 수리산성지 전담 신부 등을 역임했으며 양지본당, 광북본당, 샌프란시스코 한인본당, 신둔본당, 철산본당 등의 주임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