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노년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체활동과 직결되는 근골격 건강은 더욱 그렇다. 근골격 질환들은 한 번 앓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근골격 질환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제18회 생명의 신비상 생명과학분야 장려상 수상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진홍 교수를 통해서다. 김 교수는 기대 수명은 증가하지만, 노화성 질병 탓에 건강 수명은 크게 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오랫동안 퇴행성 근골격 질환에 대한 기초과학연구를 개척해온 인물이다.
흔히 50세쯤 나타난다고 해서 난치성오십견으로 불리는 ‘회전근개질환’은 어깨관절을 구성하는 힘줄이 퇴행하면서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약물로 통증을 완화하거나 힘줄이 이미 파열된 뒤 외과적 수술을 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져 왔다. 힘줄이 왜 퇴행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과도하거나 반복되는 물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CTRP3’라는 사이토카인 인자가 힘줄에 퇴행적 변화를 일으키고, 장력까지 손실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인자를 표적으로 회전근개질환의 진행을 막을 기술개발의 단초를 제시했다.
퇴행성관절염 또한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발목 등을 다쳐도 며칠 있다 금방 뛰어노는 어린아이들과 나이가 들어도 누구는 관절염으로 꼼짝 못하고 고생하고, 누구는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렸다.
“‘어쩌면 연골에는 회복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재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개인 간에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김 교수는 연구 끝에 관절연골 안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찾아냈고, 이를 통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포유류의 연골에는 ‘탄키라아제’란 인자가 있어요. 이는 ‘SOX9’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분해를 촉진합니다. 이 탄키라아제를 억제했을 때 ‘SOX9’ 단백질의 안정성이 증가해 고관절염이 크게 나아지고 손상된 연골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기간만 최소 3~4년. 끈기가 요구되는 일이었지만, 김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기초과학자로서 책임감을 놓지 않았다.
“보통 환자들께서 연구에 쓰일 시료를 내어주시는데, 거기엔 생명 연구를 통해 실제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또 그것이 다른 환우들을 살리는 데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덩달아 생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진다. “생명의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는 개체의 생존을 위해 움직입니다. 그러나 생명의 이같은 지향과는 반대로 오늘날 사회는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있죠. 생명 자체의 가치가 존중되면서 제 연구 또한 환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데 활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