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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35년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럼에도 용서를 말하다

홍콩 초우사오얀 추기경 칼럼, 35년 전 비극의 치유 언급하며 슬픔·분노를 넘어서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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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추기경은 35년 전 이 광장에서 일어난 사건이 “우리 정신의 한 부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OSV


홍콩교구장 초우사오얀 추기경이 중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천안문 사태(1989년 6월 4일)에 대해 “비록 묻히고 덮였지만, 우리 정신의 한 부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초우사오얀 추기경은 천안문 사태 35주년을 닷새 앞둔 5월 30일 교구 영자지 ‘Sunday Examiner’에 기고한 칼럼에서 “슬픔과 희망, 공존에 관해 얘기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35년 전 수도에서 일어난 사건

예수회 출신 초우 추기경은 2021년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본토 교회는 물론, 중국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덮어둔’ 상처를 공개적으로 들춰내는 글을 발표해 관심이 모아진다.

천안문 사태는 정치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 광장의 대규모 시위대를 공산당 지도부가 탱크와 무장 병력을 동원해 진압한 사건이다. 사망자 수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현재 중국에서 ‘천안문 시위’나 ‘6월 4일’은 금기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5월 35일(5월 31일+4일)’이라는 가상의 날짜를 만들어 정부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피하고 있다.(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참조) 초우 추기경도 그날의 비극을 ‘35년 전 수도에서 일어난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라고 칭했다.

그는 “(이 사건은) 여전히 치유를 위해 적절한 관심이 필요한 아픈 부위로 남아 있다”며 “이 일이 마무리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우리는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삶이 끝없는 슬픔과 분노의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처를 드러내고 함께 치유 방법을 찾자는 호소로 해석된다.



용서와 화해, 치유

그는 본토 곳곳에서 시위가 진압되고 홍콩에서 지지 시위가 불길처럼 번졌던 35년 전 6월을 회상했다. 그는 “그날 밤과 이후 몇 주 동안 목격하고 느낀 것을 잊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나의 신앙은 누구든, 무엇이든 용서하라고 재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 대한 손가락질과 ‘절대 용서할 수 없어’라는 고통스러운 마음가짐을 뛰어넘는 용서를 호소했다.

“용서가 가능하다면 화해와 치유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용서는 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자유와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홍콩교구는 천안문 사태 이후 매년 6월 4일 희생자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홍콩 시민들도 해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 그날을 기억했다. 하지만 본토의 통제가 한층 강화된 2022년 이후 공개적 추모 행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한편, 희생자 유가족 단체인 천안문어머니회는 최근 해외에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진솔한 대화를 거듭 요청했다. 천안문어머니회는 “정부가 피하지 않고 인민에게 설명해야 할 역사적이며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진실·보상·책임 3대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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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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