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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를 모으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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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6세 교종은 어느 날 떼제의 로제 수사에게 ‘청년 사목의 열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신앙을 전하는 비결이나 방법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했던 68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전통과 권위를 거부하며 교회에서 멀어져 갈 때였다. 청년들은 자유를 억압하는(것 같은) 정부와 아버지 그리고 교회의 권위를 더 이상 당연시하지 않았고 ‘금지를 금지한다!’가 구호처럼 되었다. 교회의 기성세대는 여기에 큰 우려와 경고를 보냈고 그럴수록 청년들과의 간극은 더 깊어졌다.


그런데 급격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도 떼제를 찾는 젊은이들은 점점 많아졌다. 교종의 질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젊은이들을 모으는 어떤 특별한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 로제 수사는 여기에 즉답할 수 없었다.


떼제공동체는 젊은이들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었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공동기도에 초대했다. 수사들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에 귀 기울이면서 이 땅을 모두에게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그들의 헌신을 격려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떼제의 손님맞이 시설은 소박하고 음식은 조촐하다. 우리는 젊은이들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면서 그들의 고민과 아픔, 회의와 열망을 인내롭게 들어주려 한다. 이런 사심 없는 경청이 성 바오로 6세 교종이 물었던 청년 사목의 열쇠일지 모르겠다.


가장 큰 국제 가톨릭 행사인 세계청년대회(WYD)가 2027년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다. 주인공인 젊은이들을 초대하고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교회와 신앙이 청년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실에서 WYD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자 기회다.


오늘날 청년들의 눈에 비친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교회는 과연 모든 이를 위한 보편적 우애의 장소가 되고 있는가? 다양성이 존중받고 경축되는 곳인가? 교회는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인가?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과 평신도, 젊은이들의 위치는 어떠한가?


WYD를 통해 젊은이들이 삶을 바꾸기를 기대하기보다 교회가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젊은이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것은 그들이 돌아온 탕자처럼 교회에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노령화하는 교회에서 반성과 회심이 필요한 사람은 청년들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진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지도자들이다. 우리는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떻게 복음을 살아가고 있는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삶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가?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 젊은 벗들을 경청하며 동반하고 있는가?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 잼버리처럼 WYD도 한여름에 진행된다.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장소인가?



글 _ 신한열 프란치스코 수사(떼제공동체 수사·공익단체 이음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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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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