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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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고 쓴 편지… 교황이 ‘진짜’ 읽었다

교황께 세례 요청 편지 쓴 최영은씨 선한 친구 모습에 세례 받기로 결심 친구 대모로 교황에게 직접 세례받아 신앙 모범 보이며 WYD 봉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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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은씨(오른쪽)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세례받은 후 대모 임지혜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본인 제공


“교황님, 저는 세례를 앞두고 있는 한국 청년 예비 신자입니다. 곧 로마에 가는데, 교황님께 세례를 받을 수 있을까요?”

22살 대학생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쓴 용기 있는 편지 한 통이 꿈을 현실로 이뤘다. 지난 3월 30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중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은 것. 영광의 주인공은 서울시립대 가톨릭학생회 ‘비안네’ 소속 최영은(로사리아)씨다. 5월 22일 학교 앞에서 최씨와 그의 대모이자 비안네 회장인 임지혜(마리아)씨를 만났다.

올해 졸업반인 최영은씨가 로마로 가고자 난생 처음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건 ‘UNIV(국제 대학생 포럼)’ 덕분이었다. 교황청 직속 성직 자치단 ‘오푸스 데이(Opus Dei)’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비안네 지도를 맡은 정재일(제오르지오, 물리학과) 교수가 오푸스 데이 회원인 덕에 참여 기회를 얻은 것이다. ‘교황님께 세례 요청 편지를 써보자’는 제안도 정 교수가 했다.

“‘교황님께서 정말 읽으실까?’ 반신반의하며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그런데 곧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필요한 서류를 보내달라더라고요. 그래서 ‘오, 진짜 될 것 같은데?’하는 희망이 생겼죠. 로마에 도착하고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다른 신자들과 함께 세례받는 게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직 교황님이 지닌 위상이 체감이 안 돼 얼마나 대단한 건지 온전히 느끼진 못했지만, 그래도 기쁘고 운이 좋다고 생각했죠. 그 뒤로 친구들에게 ‘나는 바티칸 출신’이라고 장난스레 자랑하곤 합니다.”

마침내 세례성사를 주례한 교황에 의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난 날, 그는 첫 영성체의 기쁨을 누리며 하느님께 세 가지를 간청했다.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주시고, 저도 좋은 진로를 찾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주님, 저는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제게 길과 힘을 주세요.’

사실 최씨는 대학생이 될 때까지 성당에 가본 적도, 사제를 만나본 적도 없었다. 가족 등 주변 사람 대부분이 무교라 종교에 큰 관심도 두지 않았다. 결핍있는 사람들만 종교를 갖는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가 생각을 바꾸고 스스로 교회 문을 두드린 이유는 곁에 있던 ‘좋은 사람’을 닮고 싶어서였다. 학과 동기에 성격도 잘 맞아 새내기 때부터 절친했던 임지혜씨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세례받은 최영은씨(오른쪽)가 대모 임지혜씨와 손을 맞잡고 좋은 사람이자 올바른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가톨릭 집안에서 모태 신앙으로 나고 자란 임씨는 늘 열심한 신자였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신앙생활을 꾸준히 이어갔다. 주일 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가톨릭학생회에서 즐겁게 활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최씨는 궁금해졌다. ‘저렇게 선하고 올곧은 친구가 믿는 가톨릭은 어떤 종교일까?’

2000년간 원칙과 교리를 지켜온 교회의 면모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제 발로 비안네 모임에 나갔고, 2년 후 마침내 세례를 받기로 했다. 아무도 입교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오로지 ‘좋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나도 신자가 되고 싶다’는 최씨의 의지였다.

신앙인으로 충실히 사는 모습으로 단짝을 주님께 이끈 대모 임씨. 평소 그는 ‘누군가 본받을 수 있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자녀가 되고 싶다’고 기도해왔다. 마침내 절친한 벗을 첫 대녀로 삼고 그것도 교황에게 세례받는 모습을 보며 뜻을 이루게 됐다. “무척 기쁘고 감사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또 “대녀와 함께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도 봉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씨 역시 “대모를 본받아 ‘삶’ 자체로 선교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가 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이자 대모·대녀인 우리에게 결코 절교는 없다. 이젠 관뚜껑도 덮어줄 사이야!”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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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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