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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정표 같은 사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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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구는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인 7일 사제 성화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 교회는 1995년부터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고 있다.

교회가 사제 성화의 날을 제정한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제들이 사제직의 본질과 사명을 더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은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와 희생을 봉헌해야 한다.

최근 주교회의가 공개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는 한국 교회에 존재하는 성직주의의 단면이 여실히 담겨있다. 의사 결정 과정이 성직자 중심적이고, 성직자에 대한 책임 면제가 관행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직무 수행에서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태도, 사제 공동체 안에서도 상명하복 위계 속에 소통과 만남을 방해하는 경우 등이다. 교구 사제단의 공동책임성을 강조하고, 사제들의 직무수행을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실린 이유다.

고 이운기 신부는 ‘하느님 나라로 가는 방향을 가리키면서 정작 본인은 꼼짝도 하지 않는 이정표 같은 사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후배 사제는 12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사제 성화의 날 은경축 축하식에서 가슴에 새겨온 이 말을 꺼냈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성직주의는 교회 공동체가 함께 성찰해야 할 뼈아픈 현실이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는 매력적인 구호이지만, 그 길이 험난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성직주의가 깊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섬김과 돌봄, 용서와 화해, 친교와 소통의 문화가 권위와 형식의 틀을 깨고 나오면 된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성직주의를 깊이 성찰하는 것은 사제 성화로 가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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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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