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은 평소 보기 힘든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MZ 세대 청년들로 가득한 겁니다. 청년들이 야구장에 모인 이유는 아이돌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의 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연예인들의 시구가 있었지만, 이번 카리나의 시구는 야구장의 중심이 청년들임을 확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술 취한 중년 남성들이 경기 불만에 욕설과 싸움을 하던 야구장이 청년들의 인기 장소(Hot Place)가 된 겁니다
요즘 프로 야구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매진된 경기가 이미 작년의 두 배이며 역대 최다관중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중년 남성들의 스포츠로 불리던 프로야구였습니다. 야구의 인기는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경기장은 선수들의 배트 소리만 요란할 뿐 관중석은 비어갔습니다. 여기에 선수들의 비윤리적인 모습과 초라한 국제대회 성적이 더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인기 추락에 가속도를 더했습니다. 한때 그들만의 리그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프로야구는 하지만 올해 다시 흥행의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프로야구 흥행의 핵심은 청년입니다. 거대한 노래방으로 불리는 K 응원문화와 구단에서 준비한 MZ세대 맞춤형 이벤트가 청년들을 경기장으로 이끌었습니다. 대학에는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직접 보는 직관 동아리가 생겼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청춘들이 응원하는 장면이 야구장의 흔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청년을 위해 구단에서는 유니폼을 비롯한 다양한 굿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야구장에 오자 야구 문화도 바뀌었습니다.
프로야구뿐만 아닙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최대 관심은 청년입니다. 기업에서는 청년 전용 상품을 만듭니다. 정당은 청년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한 표를 호소합니다. 인구 감소로 청년이 더 귀해졌습니다. 미래 세대인 청년층을 잡느냐가 조직의 명운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한국 사회 모두 청년들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2027년에 한국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대회 이름에도 보이듯이 대회의 주인공은 청년입니다. 하지만 여느 가톨릭 행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세례를 받은 청년만이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성당에 다니지 않아도 청년이라면 누구나 대회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청년들만 모여서 즐겁게 놀아보자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아픔을 겪는 전 세계 모든 청년이 대회를 통해 참된 진리를 찾아보는 대회입니다. 대회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 우리를 변화시키고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나게 되는 자리입니다. 세계청년대회는 함께 말하고 함께 들어주는 청년 판 시노드입니다.
먼저 교회 안의 청년부터 살피면 좋겠습니다. 에스파의 카리나는 자신의 세례명인 카타리나에서 예명을 가져왔다고 할 정도로 열성 2000년생 신자입니다. 성당 밖에서는 카리나와 같은 청년들이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왜 청년들이 성당에만 오면 작아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청년과 함께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에스파 카리나 성당에 오는 날>입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교회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