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 정상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가 인류에게 가져다 주는 유익과 위험성에 대해 연설했다.
교황은 6월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주 브리디시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7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G7 정상회의 둘째 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정치 지도자들은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봉사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AI의 위험성이 줄어들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오늘날 인공지능처럼 강력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들이 기술지배 패러다임을 조성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공지능이 기술지배 사회에서 인간의 보호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정치를 달갑지 않은 말로 여기는데 그 이유는 정치인들의 실수, 부패,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일부 정치인들의 비능률성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유익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들이 절실하게 맡아야 하는 역할”이라고 요청했다. 이어 “어떤 이들은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를 경제로 혹은 어떤 이데올로기로 바꾸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건강한 정치가 없이는 세계가 올바르게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형제애와 사회 평화로 가는 효과적인 진보를 위해서도 건전한 정치 활동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G7 정상회의 중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 연설하는 자리는 인공지능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특별 봉사 세션’(special outreach session)으로 마련됐다. 교황은 연설에서 인공지능은 ‘흥미로우면서도 두려운 도구’(an exciting and fearsome tool)라고 지칭하면서 “인공지능은 모든 이들에게 지식을 보다 폭넓게 전달하고, 과학적인 연구를 보다 빠르게 진척시키기도 하고 기존에 사람에게 요구됐던 고된 노동을 기계가 대신 하도록 돕는다”고 인공지능의 긍정적 기능을 언급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공지능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혹은 지배 계급과 억압당하는 사회 계급 사이에서 현재보다 더 큰 부정의를 양산할 위험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인공지능이 야기할 부정의의 구체적 모습에 대해서는 “버려지는 문화(throwaway culture)가 만남의 문화(culture of encounter)보다 우선시되는 위험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모든 도구와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다줄지 아니면 해를 끼칠지는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G7 정상회의에서는 인공지능을 포함해 세계적인 이슈들인 이주민과 기후위기,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저개발 아프리카 문제 등이 다뤄졌다. 교황은 G7 정상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연설한 것을 포함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과도 개별적으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비공개로 만났지만 언론에 공개된 짧은 비디오 영상에서는 교황은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다른 가족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 나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나도 교황님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