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주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6월 25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남북 관계가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파탄 상태에 가까워진 지금, 우리의 도움이신 주님께 지혜를 청해야 한다”며 “정복하거나 흡수하려는 폭력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 변화하려는 노력으로 참된 일치에 이를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주교는 “역대 교황들이 우려하신 것처럼 전쟁은 ‘되돌릴 수 없는 모험’이 되어 새롭고 더욱 복잡한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더욱더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북 대화가 시작된 이래 이렇게 오랜 시간 소통이 단절된 적은 없었다”고 우려했다.
김 주교는 “지난해 말 북한의 지도자는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 관계·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했다”며 “동족 관계까지 전면 부인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부터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적대적 분단 구조 안에서 우리 또한 그들을 진정 ‘동포’로 대했는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주교는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회심을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의 삶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겸손한 마음과 진솔한 회심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힘쓰고 있는 ‘평화 교육’은 민족의 진정한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회심의 실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평화를 실현할 수는 없다”면서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해의 직분을 가진 교회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굳게 믿기에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