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생샷 ''장수사진''…"정말 기분 좋아요"
[앵커] 서울 명동성당 영성센터 앞 운동장에선 매달 한 차례 특별한 사진관이 문을 엽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어르신들의 가장 멋진 순간을 담아 선물하는 '장수사진'을 찍어 드리는 곳인데요.
만족도가 높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아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카메라를 응시하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
카메라 앞에서 긴장도 되고 어색하지만 활짝 웃어봅니다.
[현장음] "저처럼 이렇게 해보세요. 자 웃는 상태에서…"
사진이 마음에 든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립니다.
<배상기 / '장수사진' 참여자>
"아주 멋있어. 나를 칭찬해 줬어. 내가 사진이 잘 나온대. (엄지손가락 최고) 이렇게 했어."
장수사진을 찍는 또 다른 어르신.
사진작가의 요청에 따라 손가락을 턱에 대보기도 하고, 턱을 괴어봅니다.
다양한 자세와 표정에 따라 카메라 셔터가 쉼 없이 눌립니다.
<박근재 / '장수사진' 참여자>
"사진 찍으니까 기분이 좋고 집에 보관하고 싶고 (사진을) 오랜만에 찍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지난 3월, 첫 촬영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
매달 둘째 주 수요일마다 문을 여는 이곳 사진관에선 사진 촬영부터 인화, 액자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벌써 입소문이 났습니다.
이날 촬영 예약도 서둘러 마감됐습니다.
<김대성 / '장수사진' 참여자>
"저번에 와서 사진 찍는 걸 봤는데 사진이 엄청 잘 나왔어요. 그래서 나도 찍어야겠다 해가지고…이번 주에 신청해서 찍게 됐습니다. 사진사가 너무나 사진을 잘 찍어요.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6컷에서 10컷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이 액자에 담깁니다.
이 과정을 모두 맡아 봉사하는 정영길 작가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이들이 본인의 가장 멋있는 모습을 보고 좋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정영길 타대오 / 사진작가·서울 용산본당>
"저는 이분들을 노숙인이라고 생각하면 제가 못 찍어요. 한 분의 모델처럼 저도 그렇게 보는 거예요. '아 정말 이분 멋있네.' 제가 왜 사진을 보여주겠습니까. 몇 번 보여주니까 (그분이) '나도 이런 모습이 있네요. 정말 좋아요.' (라고 말할 때) 그 순간이 정말 기분 좋죠."
명동밥집 센터장 백광진 신부는 "어르신들 사진 찍어드리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어 장수사진으로 이름을 붙였다"며 "사진도 없이 장례를 치르는 무연고자 사망자들이 안타까워 노숙인들도 적극 찍어드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광진 신부 / 노숙인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 센터장>
"영정사진 그러니까 딱딱하죠. 꼭 장례 그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어르신들이)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사신다더라. 그러니까 이름을 영정사진이라고 하지 말고 장수사진이라 하자 해서 '장수사진을 찍어드립니다'라고 하니까 다들 좋아하세요."
'장수사진' 카메라 앞에선 모두가 ‘인생샷’의 주인공인 어르신들.
사진을 찍고 나오는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