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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기후지옥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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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마태 5, 22 참조) 죽음 이후의 지옥은 인간의 지성으로는 알 수 없기에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옥은 어떤 곳일까 상상하곤 했는데, 주로 불의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이글거리는 뜨거움과 어떤 흔적도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불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지옥의 뜨거운 불 맛을 보기 싫은 사람은 살아있을 때 착하고 바르게 살자며 스스로 행실을 고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인류는 불붙는 기후 지옥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필요하다(We need an exit ramp off the highway to climate hell).”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환경의 날인 지난 5일, 세상이 기후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9도 높아질 것이라는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의 전망을 전하면서 한 말입니다. 걷는 것도 아니고 고속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기후 지옥으로 가는 자동차의 운전자 인류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겁니다. 

전 세계가 지옥 불 속 같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고 온도가 50도를 넘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벌써 수백 명이라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6월 최고 기온이 50도였습니다. 누가 불낸 것도 아닌데 너무 뜨거워 자연 스스로 산불까지 났습니다. 그리스는 6월 평균 기온이 40도입니다. 간빙기 이후 12만 5천 년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은 2023년, 작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곧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멀리 갈 곳도 없습니다. 한반도 전체가 뜨겁습니다. 경북 경산은 비공식 온도 39도를 기록했습니다. 광주, 서울 등 전국이 불바다입니다. 모두 기상청 관측 이래 6월 최고 기온입니다. 강릉은 벌써 잠 못 드는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보낸 오물 풍선의 경고 문자처럼 스마트폰에는 폭염 경고 문자가 쉴 수 없이 울립니다. 문자를 보고 있으면 이게 전쟁이 아니고 무엇이 전쟁인가 싶습니다. 다가오는 7, 8월이 두렵습니다. 

다행히 인류는 기후 지옥 앞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 지옥으로 가는 자동차의 운전대는 아직 인간이 잡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리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4년 안에 기후 지옥 마지노선인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 1.5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확률도 80라고 합니다. 즉, 4년 안에 기후 지옥으로 갈지 아닐지 결판이 난다는 겁니다.

다행히도 인류에게는 기후 지옥으로 가지 않을 20의 확률이 있습니다. 기후 지옥으로 가는 인류의 자동차를 이제는 정말 정말 멈추어야 합니다. 먼저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에너지를 햇빛과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매장된 석탄과 석유는 그만 뽑아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기후 전환, 기후 회심을 해야 합니다. 성공이 아닌 성장, 성숙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는 쓰고 버리는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0 확률이지만 기후 지옥문 앞에서 멈추는 역전 만루 홈런을 인류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기후지옥 시작된다>입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인간이 기후 지옥의 문을 열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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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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