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살이 45년째 안선재 수사 "인간다운 삶의 의미 전하고 싶었죠"
[앵커]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등 한국의 시와 소설 70여 권을 번역해 해외에 소개해 온 수도자가 있습니다.
한국살이 45년째, 영국 출신 안선재 수사를 윤하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백발의 노수사가 자신이 영어로 번역한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DAWN OF LABOR)」을 읽고 있습니다.
바로 떼제공동체 안선재 수사입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초대로 1980년 5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안 수사는 94년 한국에 귀화했고, 올해로 45년째 살고 있습니다.
고국인 영국에서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고유 문화를 좋아한 안 수사의 색다른 행보는 번역이었습니다.
1988년 구상의 시집을 시작으로 고은, 서정주, 신경림, 천상병, 도종환, 정호승 등의 시집과 소설 70여 권을 번역해 영어권 나라에 출간했습니다.
<안선재 수사 / 떼제공동체>
"한국은 섬이에요. 이북이 있어서 자그마한 섬. 이 나라의 역사, 전통, 아름다움을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다면... (번역은) 나만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됐어요."
안 수사는 박노해 시인이 1984년에 펴낸 시집 「노동의 새벽」도 번역해 최근 출간했습니다.
<안선재 수사 / 떼제공동체>
"일반 노동자들의 고민 속에 생각해 보라고. 각자 자기 삶 속에 어떻게 살 수 있나, 인간답게, 의미 있게, 아름답게 사는 법 직접 찾아야죠."
여전히 한국어가 어렵다는 안 수사는 그럼에도 "현실 뒤에 있는 현실, 그 삶의 의미는 오로지 시만 표현할 수 있다"며 번역의 즐거움을 얘기합니다.
이내 가장 좋아하는 시라며 천상병의 ?귀천?을 암송하는 노수사의 모습에서 묘한 울림이 전해집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CPBC 윤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