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기쁘게 살길 바랍니다.”
25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 신임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전국에서 온 부제들에게 “성령이 우리 안에 활동하심을 믿고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지난 3월 제12대 주한 교황대사에 임명돼 5월 31일 입국한 가스파리 대주교는 “긴 여정을 거쳐 아름다운 한국에 도착했다”며 “미래의 사제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고 한국 교회 부제들과 첫 인사를 나눴다. 그는 교황청립 외교관학교에 입학하게 된 과정과 이란·알바니아·멕시코·리투아니아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직무를 수행하며 겪은 일들을 두루 소개했다. 2020년부터 앙골라와 상투메 프린시페 교황대사를 지낸 그는 “지금까지 거쳐온 임지들이 가톨릭교회가 탄압을 받고 박해를 당한 나라였다”면서 “한국에 온 것도 하느님의 섭리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사제품을 앞둔 부제들에게 “사제의 첫 번째 과업은 주님 앞에 머물고, 자신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자신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주님께 맡기는 것”이라며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 사제 삶의 기본 양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대사관은 지역 교회를 감시하는 눈이 아니라 지역 교회를 사랑하는 교황님의 마음”이라며 “교황대사관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교황님의 집이자 신자들에게 열린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제품을 받은 후에 한번 더 들러달라”며 “(여러분의) 축성된 손에 입을 맞추고 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1시간가량 부제들과 담소를 나눈 가스파리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상본을 선물로 전달했다.
부제들의 주한 교황대사관 방문은 주교회의가 마련한 ‘제14회 한국 천주교 부제들의 주교회의 방문’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국 6개 신학교와 수도회 소속 부제 69명은 24~25일 주교회의와 주한 교황대사관을 방문해 교황청과 한국 교회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부제들은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이경상 주교가 집전하는 파견 미사로 공식 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