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3번 통일을 생각한다.’ 이 문구가 붙어 있는 곳은 서울 구로구에 자리한 사립고등학교다. 기자가 신앙생활하는 본당에서 가깝다. 그 학교에 인접해 있는 생태공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때는 항상 학교 정문 옆 공간에 차를 주차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 3번 통일을 생각한다’는 문구가 학교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제대로 배우는구나’ 싶었다. 2년 전에는 본당 전 신자 체육대회를 같은 학교 운동장에서 하게 돼서 학교 건물들을 유심히 둘러보면서 설립자는 어떤 분일까 소개자료를 읽어 보기도 했다.
지난 6월 2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202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이 열렸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학술 발표 자리였다. 심포지엄 주제는 매년 바뀌지만 남북의 공존과 상생,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한다. 올해는 ‘가톨릭교회와 평화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을 취재하면서 기자의 눈에 먼저 들어온 모습은, 발표자나 발표 내용보다는 객석에 빈자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3분의 1도 채워지지 않았고, 그마저도 평신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족화해 업무에 종사하는 수도자들이 상당수였다. 이 모습이 말하는 것은 통일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예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민족화해나 통일 분야 취재를 할 때마다 매번 같은 감정을 느낀다.
북한을 우리 동족이요 통일의 협력자로 바라보지 않고 적대와 증오, 대결의 대상으로 여기는 일부 정치권과 사회 풍조가 교회 안에도 퍼져 있는 것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