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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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여전한 교황의 스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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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에 있어 눈에 띄는 하루였다. 11년 넘게 감흥과 소름, 전율이 멈추지 않았지만, 특별한 날임은 분명했다.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밤까지 이어지는 일정 중 교황은 교황청에서 전 세계에서 온 100명이 넘는 코미디언을 만났고,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로마로 돌아왔다.


우피 골드버그와 지미 펄론, 코넌 오브라이언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로 시작해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이탈리아 총리 조지아 멜로니,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하루 일정을 마치는 일은 인상적이다. 교황은 이날 G7 정상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연설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국제통화기금의 사무총장과 같은 사람들과 독대하기도 했다.


올해 87세의 교황은 최근 들어 숨쉬기가 불편해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혼자서는 잘 움직이지 못하지만 교황은 이날 40대의 그 누구도 녹초가 될 일정을 소화하는 활력을 보여줬다. 이날 교황이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교황의 스타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성이 아니라 교황직 자체가 갖고 있는 스타성을 말이다.


그 어떤 기관이 골드버그나 펄론, 오브라이언, 크리스 록, 스티븐 콜버트,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짐 개피건과 같은 독보적인 셀럽들을 새벽부터 한 곳에 모을 수 있을까? 물론 오스카상 시상식 같으면 이런 인물들을 모을 수 있겠지만, 이는 미국의 셀럽에 국한된 경우다. 이날엔 전 세계에서 모였다.


아마도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리 많이 모으지는 못할 듯하다. 종교 지도자 중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추문에 시달리기 전 달라이 라마나 생전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도 셀럽들을 모을 수 있겠지만, 이는 그의 직분이 아니라 개인적인 카리스마 덕분일 것이다. 그 누구도 설득력있는 설명을 하지 않아 이번 행사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이 ‘코미디언 정상회의’는 교황직이 가진 힘으로 성사됐다. 교황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고, 교황의 초청을 거부할 사람은 거의 없다.


G7 정상회담에 관해서도, 그동안 서구 강대국 정상들의 모임에 교황이 참석한 적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첫 교황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교황은 점점 서구 강대국에서 벗어나는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교황의 스타성은 놓칠 수가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는 G7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교황의 참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의 명망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교황이 회담장에 들어섰을 때, 시끌벅적했던 분위기가 한순간 정적에 휩싸였고 각국 정상들을 경외심으로 교황을 바라봤다. 토론토대학교의 정치공학자이자 G7 연구소를 이끄는 존 커튼은 “교황은 특별한 셀럽”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공지능 기술로 생긴 윤리적 도전에 대해 연설할 때 각국의 정상들은 집중했다. 물론 이들이 교황의 지적에 기꺼이 따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은 자리에 앉아 교황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가 발표한 문헌 「로마의 주교」에 비춰서 말이다. ‘교회일치 대화와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에 응답하는 수위권과 시노달리타스’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문헌은 사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 발표 후 30년 동안 겪은 경험에 대한 반성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회칙에서 교황의 수위권이 교회 분열의 이유라기 보다는 일치를 위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대개 타 개신교단이 교황직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1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선언된 교황의 무류성과 수위성의 크기와 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리스도교 교단이 다양성 안에서 번성하기 위해서는 교황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6월 14일의 경우는 교황직이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며 그리스도교가 더 넓은 세상을 끌어안는 데 교황직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만일 우리에게 교황이 없다면, 우리는 다른 대안을 발명해야 한다. 교황직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교황직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 _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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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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