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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눈] 아빠 찬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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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8,000만 원 이상의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합니다. 고가의 ‘슈퍼카’를 업무용 법인 차량으로 산 뒤 개인차량으로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자녀가 아버지의 돈과 인맥을 활용하는 일명 ‘아빠 찬스’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람보르기니, 포르셰처럼 수억이 넘는 슈퍼카 운전자 대부분이 소득이 부족한 청년들입니다. 그래서 ‘연두색’ 번호판은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막겠다고 한 ‘아빠 찬스’는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 근처에서도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김주현 민정수석의 딸이 과거 학부생 시절 국내 최대 로펌 김 앤 장에서 인턴으로 일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김 앤 장은 보통 로스쿨 재학생이나 법대 출신을 인턴으로 뽑았다고 하는데, 학부생이 뽑힌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욱이 김 수석의 자녀는 법과는 관련 없는 미디어학부 전공입니다. 당시 김 수석은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이었습니다. 나중에 김 수석 자녀는 로스쿨에 들어가는데, 입학 심사에 김 앤 장 인턴 경력이 사용됩니다. 당사자들은 모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아빠 찬스’라고 말합니다.

아빠 찬스를 넘어 ‘남편 찬스’도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인 오동운 후보의 배우자는 남편이 근무하던 로펌의 운전기사로 일했습니다. 5년간 일하며 2억이 넘는 돈을 받았습니다. 또 오 후보는 딸에게 사회 경험을 쌓으라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주었는데, 몇몇 로펌의 사무 보조였습니다. 로펌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로 딸은 4,000만 원 가까운 돈을 받았습니다. 

‘아빠 찬스’를 이용할 혈육 간의 아빠가 없으면 아빠를 만들기도 합니다. 최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북한의 ‘어버이 수령’이 생각난다는 등 말이 과하다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강 최고위원은 “헨델이 ‘음악의 어머니’라고 한 것을, 왜 남자를 어머니로 하느냐며 반문하는 격”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배우 차은우를 닮았다거나, 축구선수 손흥민, 조선의 정조에 비유한 말도 있었지만, 최고는 ‘아버지 이재명’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민주당에 점점 민주가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공정’은 청년들에게 중요한 화두입니다. 개인의 능력만큼의 공정한 보상을 청년들은 요구합니다. 한때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2·30대에게 1의 지지만 받은 건 자녀 입시 비리 등 조 대표의 ‘아빠 찬스’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보기에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최순실 게이트에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에도 ‘공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찬스’를 이용해 부를 세습하고 자신의 출세를 도모하는 일이 아닙니다. 편법과 반칙의 승리가 아니라 꿈을 위해 흘린 땀이 배신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구약에서 사람들은 ‘공정하신 하느님(시편 7, 9 참조)’에게 기도했습니다. 선한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악인들에게는 처벌을 주시라고 하느님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슬프게도 청년을 포함한 우리는 지금 하느님께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아빠 찬스의 나라>입니다. ‘찬스’가 아니라 ‘땀’이 승리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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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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