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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 한국의 성인을 넘어 세계의 성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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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좋아 오로지 돌조각만 고집하며 50년이 넘도록 돌과 함께 살아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장에 간다. 그곳에 가면 돌조각을 할 수 있어 즐겁기 때문이다. 1972년, 명지고등학교 1학년 때 유영교 선생님을 만나면서 망치질을 배우기 시작해 1975년부터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전뢰진 교수님께 돌조각을 배웠다. 이후 대리석 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을 하면서 다양한 대리석을 공부하게 되었다.


조각의 재료는 돌, 철, 나무, 테라코타, 브론즈 등 다양하지만 작가와 특별히 궁합이 맞는 재료가 있는 것 같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조각이 탄생하려면 조각가와 재료, 작품의 형태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돌조각을 하는 작가는 참을성이 많고 끈기있고 성실해야 한다. 반면에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한 면이 있다. 성질이 급하거나 역동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는 돌 보다는 철이 잘 어울린다. 돌은 진솔하고 정직한 재료여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한번 망치질하면 한번 망치질한 효과만 나타난다.


조각용 돌은 대리석, 화강석, 현무암 등 다양하고 대리석 종류만 수백 가지가 된다. 신경질적인 성격(Nero Belgium), 맑고 고귀한 느낌(Statuario), 텁텁하고 서민적인 성격(Traveritino), 귀티가 나는(Rosso Portugal),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Carrara Bianco), 자유분방한 아줌마 같은(Rosso Verona), 따뜻하고 화사한(giallo Siena) 느낌 등으로 분류된다.


돌을 조각하려면 조각하기 전에 돌을 완전히 파악해 돌의 결을 읽어내야 하며 돌과 대화하면서 타이르고 구슬러야 한다. 돌과 싸워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작업을 할 때는 먼저 머릿속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구상된 형태를 다양하게 스케치해 본다. 스케치한 것 중에서 하나를 골라 점토로 제작하고 완성된 점토가 마음에 들면 석고나 폴리로 캐스팅을 한다. 그에 어울리는 크기와 색상의 대리석을 찾아 조각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다.


대리석 조각을 하다 보면 무늬와 크랙이 대리석 속에서 나타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돌조각을 하는 작가들은 “사람의 속마음도 알 수가 없지만 대리석의 속은 더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얼굴이나 손과 같은 중요한 부분에 이상한 크랙이 나타나면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대리석을 찾아서 처음부터 다시 조각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런데 김대건 신부님 성상은 완성될 때까지 이상한 크랙이나 무늬가 나타나지 않았다. 완벽한 대리석이었던 것이었다.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제작할 때 사용한 대리석(Statuario)보다 더 좋은 대리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상의 대리석을 찾아서 성상을 무사히 완성하고 안전하게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기도와 김대건 신부님이 옆에서 항상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를 가이드가 “갓”이라고 설명하면 외국인들은 “GOD?”이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이제 김대건 신부님은 한국의 성인을 넘어서 세계의 성인이 되셨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하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담대하고 배짱 있으며 겸손하고 너그러운 심성을 배우고 본받기를 희망한다.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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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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