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사랑의 이중 계명’을 탁월하게 실천한 영웅적 덕행가였음이 학술적으로 판명됐다. 사랑의 이중 계명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30-31 참조)는 주님의 새 법이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6월 29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덕행과 명성을 살펴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브뤼기에르 주교의 성덕과 영웅적 덕행의 구체적 모습과 명성의 지속성을 학문적으로 살펴보는 첫 자리였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매우 높은 수준, 곧 영웅적인 덕행을 실천했고 그 명성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은 시복 예비심사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날 학술 심포지엄이 그 첫 실마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방종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의 여정을 떠올려 보면 비록 그가 순교의 영예를 얻지 못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향주삼덕’(믿음, 희망, 사랑)과 스스로 추구하고 행한 ‘사추덕’(지혜·정의·용기·절제)을 통해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최고 단계’까지 도달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추구한 삶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믿음’이, 하느님의 도구로 유용하게 쓰이고, 복음을 처음으로 전한 사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는 열정에서 그의 ‘희망’이, 하느님을 위해 순교를 불사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가난한 이들과 조선 교우들을 향한 항구한 마음에서 ‘사랑’이 드러난다.
아울러 조선 입국을 위해 여러 방편을 모색하고 선교 여정에서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열망에서 브뤼기에르 주교의 ‘현명함’을, 하느님의 뜻을 그대로 실천하고 조선 교우들을 도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정의로움’을, 언제든 목숨을 잃을 각오로 조선 입국을 시도하는 항구함에서 ‘용기’를, 모든 어려움과 수모,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행동에서 ‘절제의 덕’을 찾을 수 있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복음적 덕행’과 ‘사목적 덕행’을 고찰한 이영제(가톨릭대학교)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보여준 가난과 순명, 정결과 겸손의 복음적 덕행과 사목적 덕행은 하느님께서 베푸신 고귀한 신앙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신부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보여준 삶은 자신을 완전히 봉헌한 삶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그가 보여준 덕행은 단순히 인간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신앙 안에서 ‘영웅적인 덕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오직 하느님의 섭리만을 믿고 머나먼 조선 교우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며 살아간 브뤼기에르 주교의 생애와 덕행은 오늘날 한국 교우들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갖추어야 할 참된 신앙인의 ‘태도’가 무엇인지 밝혀주는 ‘빛’”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복음화는 단순히 현대인의 변화된 사고를 고려하여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성당에 오게 만들고 교회 구성원을 늘리려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각자가 오직 하느님께만 의탁하며 모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했던 브뤼기에르 주교의 성덕을 깊이 묵상하고 그가 보여준 복음적 가난과 순명, 정결과 겸손, 그리고 사목적 태도를 닮고자 노력할 때, 신앙의 근본적인 쇄신을 통한 참된 신앙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하느님의 도구가 될 것이며, 바로 그러한 노력에서부터 오늘의 한국 천주교회가 수행해야 할 참다운 모습의 새로운 복음화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