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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간표 작성

[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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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덥다. 이럴 땐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를 찾아 물속에 잠기는 게 최고인데 도대체 공동체 휴가는 언제 가는지 궁금하던 차에 수도원 원장님이 각 그룹별로 공동체 휴가 날짜를 알려준다.

종신서원자들은 일주일 동안 주문진에 있는 수도원 피정의 집으로 떠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수사님들은 공동체 휴가를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한다. 물놀이 도구며 미사 도구도 챙기고 자전거도 실어갈 생각이다. 단체 준비물을 다 챙기고 개인 준비물은 각자 필요한 대로 슬리퍼도 챙기고, 모자도 챙기고, 어쩌다 바르는 썬크림도 챙겨본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이 가서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준비하는 재미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짐들을 챙기고 드디어 차를 타고 주문진으로 향한다. 음악도 신나게 틀어놓고,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그렇게 좋아하는 핫도그도 하나씩 입에 물고 간다. 새벽같이 출발한 관계로 주문진에는 점심 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챙겨간 짐들을 차에서 꺼내 방으로 옮기는데 짐이 제법 많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다 옮기고 방을 배정받고 나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점심시간이 꽤 지났다. 우리는 가까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짐들을 정리하였다. 성격 급한 수사님은 짐도 다 풀지 않았는데 벌써 수영복 차림에 밀짚모자를 쓰고 얼굴엔 다 스며들지도 않은 선크림이 허옇게 묻어있는 채로 나갈 채비를 한다. 그때 책임자 수사님께서 짐은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공동체 휴가 시간표를 짜야 한단다. 개인 휴가가 아니고 단체로 온 휴가이니 시간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개인 휴가를 왔으면 알아서 쉬면 되지만 이 여행은 단체여행이니 아무래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님들은 다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시간표 작성에 몰입하였다. 몇 시에 기상해서 몇 시에 미사를 할 것이며 아침 식사는 언제, 점심 식사는 몇 시, 저녁기도는 또 몇 시에 할 것인지 토론이 시작되었다.

우리 수사님들은 늘 그렇지만 회의가 시작되면 다들 진짜 진지해지고 의견들도 다양하다. 그래서 몇 시에 기상할 것인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매일의 행선지를 산으로 갈 것인지 바다로 갈 것인지 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그렇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간이 계속 흘러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러자 이제부터 식사 당번은 어떻게 짤 것인지 또 이야기를 해보자는데….

도대체 바닷물에는 언제 들어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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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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