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료시키는 행위에 대한 논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가 세계 각국에서 생명윤리를 다루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고 있는 추세와 언론매체의 보도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이 바티칸 인쇄소를 통해 7월 2일 생명윤리와 관련된 용어집(lexicon)을 발간한 것도 용어 사용을 올바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논쟁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팔리아 대주교는 이번에 발간된 용어집 서문에서 “생명의 마지막 단계를 맞이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개인들과 단체가 생명윤리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생명윤리 논쟁이 워낙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보니 자주 착오와 혼란이 일어나고 사람들 사이에 같은 용어를 다르게 이해하는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리아 대주교는 이와 같은 착오와 혼란, 용어 이해의 불일치가 건설적인 토론과 결론 도출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명학술원은 가톨릭신자들이 복잡한 논쟁이 자주 이뤄지는 생명윤리 분야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중요한 용어들을 모은 소책자 형태의 용어집을 발간했다. 이 용어집은 현재는 이탈리아어로만 발행돼 있다.
생명학술원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집필을 담당한 이 용어집은 80쪽 분량이며, 22개의 생명윤리 용어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최근 과학의 연구성과에 근거해 정확하게 개념을 정의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생명을 끝마치는 현상에 대한 신학적 이해, 생명 문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발전해 온 내력, 생명에 관한 이탈리아의 현행 법률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생명학술원은 생명윤리 용어집 책자를 이탈리아의 모든 주교들에게 배포하면서 “이 책자는 특히, 사제와 부제, 수도자 그리고 건강 분야에서 일하거나 상담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팔리아 대주교는 용어집의 발행 목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미묘한 이슈들이 얽혀 있는 분야에서 용어들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용어의 정확한 사용을 예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생명의 마지막 단계를 다루는 논쟁에 관계되는 이들이 좀 더 어려운 과제를 새롭게 맡기에 앞서 용어에 대한 통일된 이해를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용어집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톨릭적 이해라는 렌즈를 통해 생명윤리 이슈들이 서술되고, 생명과 죽음, 자유, 책임, 돌봄 등의 의미가 가톨릭교회의 근본 교리들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팔리아 대주교는 가톨릭교회 교리상으로 ‘자유’는 하느님의 선물로서 인간에게 자신의 삶 속에서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자유가 ‘자의적’(arbitrarily)이라는 의미가 될 수는 없고,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에서 항상 ‘책임감 있는’(responsible) 모습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자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자기 자신에게 책임감이 있다는 것은 항상 타인에게도 책임감 있게 사는 방법이 되며, 인간 존재가 생의 최후 순간까지 사는 방식 역시 책임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이 발간한 생명윤리 용어집 편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명에 관한 가르침들 그리고 교황청 신앙교리부의 다양한 문헌들을 참조했다.
팔리아 대주교는 용어집 서문에서 “인간 생명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이 마음을 열고 정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세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이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