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 신자 수가 지난해 40만 명 줄어든 것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주교회의가 최근 발간한 「2023 교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40만 명 이상이 교회를 떠나 총 신자 수는 2032만 명(총인구의 24.2)으로 집계됐다. 2022년에는 이탈 신자가 52만 명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총 신자 20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 국민들은 세무당국에 자신의 종교를 등록하고 일정 세율의 종교세를 원천징수 방식으로 납부한다. 국가는 그렇게 거둔 세금을 등록 신자 수에 따라 각 종교에 배분한다. 한해 신자가 40만 명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의 인원이 세무 관청에 찾아가 종교 등록을 취소했다는 말이다.
‘시노드의 길’에 실망한 신자 많아
신자 감소 추세는 ‘신을 멀리하는’ 현대 사회의 세속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된다. 독일만의 상황도 아니다. 서구 사회 전체적으로 그리스도인 수가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서구 국가와 비교해 독일의 추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2016년 독일 가톨릭 신자 비율은 인구의 30.7를 차지했다. 불과 8년 만에 6.5p(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독일 CNA 보도에 따르면 교회 이탈 이유는 다양하다. 젊은층은 주로 종교세 부담을 이유로 든다. 프라이부르크대학 연구소는 2060년이 되면 종교세를 내는 그리스도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노년층에서는 성직자들의 성 학대 추문과 교회 당국의 대처에 실망해서라는 이유가 많다.
하지만 독일 교회가 ‘시노드의 길(Der Synodale Weg)’을 중심으로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는 데 실망한 사람들의 이탈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노드의 길’은 교회 개혁을 위해 2019년 출범한 협의체다. 이 협의체는 △여성 사제품 △동성 결합 축복 △교도권 구조개혁 △사제 독신제 완화 등의 안건을 의제에 포함해 논란을 촉발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신자들은 성급한 개혁 시도가 교회를 더 위기로 몰아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을 넘는’ 개혁 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느님 백성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교회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의제들은 지역교회 단독으로 결정해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급진적 개혁은 교회에 상처 입힐 수 있어
교황청은 이미 2년 전 “보편교회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교구에서 새로운 공적 조직이나 새로운 교리를 시작하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 이는 교회 친교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 일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초 독일 가톨릭언론인협회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자신의 문화적·국가적 상황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교황청 고위 관리들과 독일 주교회의 대표단은 6월 28일 바티칸에서 만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시노드의 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양측은 이날 시노드의 길 상설 평의회의 ‘명칭과 아울러 기존 초안의 여러 측면 변경’에 합의했다. 또 협의체 위상은 “주교회의보다 높거나 동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회의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