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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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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도자는 몸의 이상으로 몇 년째 요양 중이고, 한 사제는 치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한 자매는 석화된 쓸개 제거 후 회복기에 있고, 한 형제는 척추가 휘어서 치료 중이다. 이들을 동반하는 의사들은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해 정부와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한스 가다머는 1900년에 독일에서 나서 2002년에 죽은 철학자다. 그는 100세 때 하이델베르크 의대에서 ‘고통’을 주제로 발표했다. 가다머는 4살 때 여읜 어머니 요한나의 예술적 열정과 종교적 연대를 물려받았는데, 화학자이자 약학자였던 그의 부친 요한네스 가다머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61세에 폐암으로 죽기 직전, 22세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고 하이데거를 스승으로 택해 교수자격 과정에 있던 아들을 염려했다. 그는 자기가 입원한 병원으로 하이데거를 오게 해서 물었다. “그 애가 이런 공부를 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이데거는 답했다. “당신의 아들은 매우 탁월하며··· 그는 벌써 교수자격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철학이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지 않은 그의 부친은 하이데거가 떠나기 직전에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진실로 철학이 삶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충분하다고 믿습니까?”


하지만 가다머는 그의 부친이 택한 자연과학 세계와는 다른 철학계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통합해 열어 간 해석학의 대가로서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와 충만을 매개했다. 1960년에 낸 「진리와 방법」은 존재 기반 해석학의 지평을 연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다머가 100세에 이르러 신체적 ‘고통’과 관련해 의학자들 앞에서 말했다. “고통은 내게 나타나서 나를 덮치는 그러한 감정으로 우선은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항상 이겨내야 하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통은 마침내 우리에게 부과된 그 어떤 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마도 아주 대단한 기회다. 인생의 가장 고유한 차원은 자신이 극복하지 못한 바로 그 고통 속에서 예감될 수 있다.”


이어서 그는 현대 의학이 주기 어려운, 고통 과정이 주는 명약에 관해 말한다. “여기서 또한 나는 기술시대의 가장 위험한 것을 본다. 즉, 기술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해서 우리가 더 이상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반해 잘 해내서 이겨냈다는 기쁨, 그리고 결국 다시 건강한 느낌을 갖게 됐다는 기쁨이 있다. 잘 이겨내서 깨어 있고, 그 깨어 있음에 몰두했다는 기쁨은 자연이 우리의 손에 쥐여 준 가장 훌륭한 약품이다.”(「가다머 고통에 대해 말하다」, 공병혜 역, 현문사, 2019, 33쪽)


이 기술시대에 의학계는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없애는 데 주력하는 면이 있다. 이것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그 엄청난 능력을 완전히 발휘해 다시 건강한 느낌을 갖게 되는 기쁨, 곧 ‘자연이 우리의 손에 쥐여 준 가장 훌륭한 약품’을 제거하는 결과를 낳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술 지배 패러다임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서 우리를 고립시키고 온 세상이 하나의 ‘접촉 지대’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하느님을 찬미하여라」 66항)고 말한 것과 상통한다.


가다머에게 고통은 자기가 자기를 살 수 있는 기회다. 고통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할 수 있다’는 생동감과 자신의 고유한 성취 능력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는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엄청난 힘들을 의식화하여 고통을 넘어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가다머 고통에 대해 말하다」 40쪽)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 _ 황종열 레오(가톨릭꽃동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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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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