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헬레나(신문취재팀 기자)
사회 초년생인 내가 지금부터 3년간 결혼자금을 모아 가정을 이루고, 2년간 자녀 계획을 한 뒤 10개월 아이를 품고 낳으면 ‘고령 출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분만예정일 기준으로 35세 이상을 고령 출산으로 규정한다. 학창 시절엔 대학입시를 위해 달려오고, 대학교 졸업 후에는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데,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 출산을 하는 것 또한 난관이라니. 아득하기만 하다.
당장 자녀 계획을 앞둔 부부들은 더욱 조바심이 날 터다. 임신을 위해 보조생식술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작용은 여성의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흔든다고?. 보조생식술을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면 여성은 폐경을 더욱 일찍 맞게 된다. 건강에도 당연히 좋을 리 없다.
자연임신을 추구하는 나프로 임신센터에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배아 폐기를 반대하는 가톨릭 생명윤리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를 향한 연민이 있었다. “보조생식술의 폐해를 알면, 내 딸과 며느리에게는 차마 권하기 어려울 겁니다. 나프로 임신법이 궁극적으로는 건강법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여성 건강을 돌보는 과정에서 새 생명까지 기쁘게 맞을 수 있도록 말이죠.”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난임 지원의 일환으로 보조생식술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가정을 위한 정책일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의 말과 같이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는 늘 ‘가정의 희생’이 있었다. 저출생 문제를 마주한 오늘날, 보조생식술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마치 이를 권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다시 국가의 숫자를 위해 가정, 특히 여성의 건강이 희생양이 되는 제2의 가족계획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